칼라일, 뉴브리지캐피탈, 론스타처럼 기업인수·합병(M&A)이나 경영권 참여를 통해 고수익을 얻는 선진국형 사모투자펀드(PEF)가 이르면 하반기 중 국내에 등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기관투자가가 제 역할을 못하는 국내 실정에서 사모투자펀드가 얼마나 활성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재벌이 투자한 사모펀드의 은행 소유 허용 등 각종 규제 완화가 또 다른 부작용을 가져올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대형 '토종자본' 육성이 목표
정부가 6일 발표한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안'은 한마디로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야인시절 추진했던 '이헌재 펀드'와 같은 거대 토종자본의 육성을 겨냥한 것이다. 외국자본의 국내 기업이나 금융기관 '독식' 현상에 대항할 수 있는 토종자본을 육성하고, 400조원이 넘는 시중 부동자금을 생산적인 곳으로 흡수하기 위한 방책인 것이다. 물론 중장기로 기업 주식 및 경영권에 투자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것도 목표이다. 현재 박현주 미래에셋증권 회장과 산업은행, 신한금융지주회사 등이 사모투자펀드 시장 진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과거 주식투자로 큰 손실을 입은 투자자가 많은 데다 기관투자가의 역량도 부족한 상황이어서 사모투자펀드가 뿌리를 내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기존 펀드와 다른 점
현재 자산운용회사가 설립하는 뮤추얼펀드는 포트폴리오 투자만 허용돼 있으며, 사모 M&A펀드는 기업 인수 목적에 한정돼 있다. 특히 기존의 사모펀드는 주식회사 형태만 인정돼 복잡한 지배구조가 투자 제약요인으로 작용했고, 무한책임을 지는 무한책임투자자(GP·General Partner)가 없어 펀드를 책임지고 운영할 주체가 없었다. 그러나 새로 등장할 사모투자펀드는 무한책임투자자와 자기 투자액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는 유한책임투자자(LP·Limited Partner)로 구성돼 양자가 손익분배 등에 대해 자유로운 계약을 할 수 있다.
각종 규제는 크게 완화돼 재벌 계열사가 10%이내로 투자한 펀드의 은행 소유가 가능해지고, 재벌의 펀드에 대한 투자가 지배목적이 아닌 경우엔 출자총액제한 예외에 포함된다. 또 지주회사 관련 규정을 적용받지 않아 금융회사와 일반회사의 동시 소유 등이 허용되며, 일시적인 자금부족시 출자 금액의 10% 범위 내에서 차입이 가능해진다.
부작용은 없나
사모투자펀드에 대한 각종 규제가 완화됨으로써 산업자본의 금융지배가 가속화하거나, 재벌이 출자총액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 또 수익률을 과장하거나 투자자 정보를 부당하게 이용하는 사이비 펀드도 판을 칠 가능성이 있다. 재경부는 그러나 재벌의 경우 유한책임투자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재벌 투자 펀드가 은행을 소유하더라도 경영에는 사실상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재경부는 또 고객정보 이용 금지 등 펀드운영자의 윤리조항을 법률에 명시하고 편법 펀드는 등록을 즉시 취소하는 한편 펀드가 주식취득 후 6개월이내에 매도할 경우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 각종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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