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삼성전자 등 이른바 '빅5' 기업들이 국내 제조업 전체 이익의 3분의 1을 벌어들이는 등 소수 대기업 편중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반면 신규 투자 부진 등의 영향으로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사상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전체 중소기업보다 많이 벌었다
6일 산업은행이 발표한 '2003년 기업 재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제조업의 총 영업이익 43조7,000억원 중에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LG전자 기아자동차 등 상위 5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이 14조3,616억원으로 무려 32.9%에 달했다. 이는 전년도 5대 기업의 영업이익 비중 31.1%보다 1.8%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반면 중소기업의 영업이익 비중은 2002년 31.3%에서 지난해에는 27.9%로 크게 하락했다. 매출액 비중으로는 18.6%에 불과한 상위 5대 기업이 국내 중소기업 전체(매출액 비중 40.5%)보다 더 많은 이익을 올렸다는 얘기다. 업체별로는 삼성전자가 7조1,927억원으로 전체의 16.5%를 차지했고, 포스코(3조585억원·6.9%) 현대차(2조2,357억원·5.1%) LG전자(1조622억원·2.4%) 기아차(8,124억원·1.8%) 등의 순이었다.
또 대기업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2002년 6.0%에서 지난해 6.3%로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은 같은 기간 3.5%에서 3.1%로 감소했다. 특히 상위 5대 기업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11.7%로 중소기업의 4배에 육박하며 매출액 1,000원당 117원의 이익을 남겼다. 상위 대기업들의 영업 호조에 힘입어 제조업 전체의 경상이익률은 4.98%로 전년(4.96%)에 비해 소폭 상승하며 1974년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투자 부진 영향 부채비율 사상최저
몇몇 대기업 중심으로 이익이 크게 늘어났지만 기업의 신규 투자는 지난해에도 여전히 부진했다. 설비투자와 관련이 높은 유형자산 증가율은 1.7%에 그쳤고, 특히 기계장치 증가율은 오히려 0.2% 감소했다. 연구·개발(R&D) 투자비율은 1.9%로 전년(1.8%)에 비해 소폭 상승했지만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수준(4% 가량)에는 크게 못 미쳤다.
투자를 하지 않아 부채비율은 116.1%까지 하락, 재무 안전성은 크게 좋아졌다. 산업은행이 기업재무분석 조사를 실시한 1968년 이후 최저 수준. 97년 433%까지 치솟았던 제조업 부채비율은 98년 312%, 2000년 186%, 2002년 125% 등으로 매년 하락하며 미국(155%) 일본(156%) 등 선진국보다도 크게 낮아졌다. 이에 따라 제조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의 규모도 65조원 가량으로 사상 최대 규모로 추산됐다. 은행 관계자는 "기업들이 투자 확대보다는 유동자산 확보에 치중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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