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연장 방송, 여성 비하, 억지스러운 상황 설정, 노골적 간접 광고 등으로 '엽기 시트콤'이라는 극한 비판을 받았던 MBC 일일 드라마 '인어 아가씨'의 작가 임성한씨가 31일부터 방영되는 MBC 일일드라마 '왕꽃 선녀님'의 집필을 맡았다.새 드라마는 나이트 클럽에서 귀신을 본 후 갑작스레 무병(巫病)을 앓는 20대 여성 윤초원(이다해)이 김무빈(김성택)을 만나 사랑으로 자신의 운명을 극복한다는 이야기.
자기와 같은 길을 걸을까 봐 갓난 딸 초원을 버리지만 결국 운명의 장난처럼 재회하는 무당 부용화(김혜선)와 신법사(이정섭) 박보살(서권순) 부용진(이한위) 같은 무속인이 주변 인물로 등장한다.
하지만 '왕꽃 선녀님'은 기존 드라마에서 정면으로 다룬 적이 없는 무속을 소재로 해 파장이 작지 않을 듯 하다. 작가 임씨는 '인어아가씨' 집필 이전부터 무속 드라마를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출을 맡은 한국방송제작단 이진영 PD는 "사회적인 거부감 때문에 당시에는 드라마로 제작하지 못했다고 한다"며 "경직된 분위기가 많이 사라져 지금은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PD는 임성한 작가와 함께 지난해 8월부터 굿판을 쫓아다니고 무속, 무속인에 관해 취재했다.
이 PD는 종교계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듯 "굿이나 신내림 장면이 몇 번 나오지만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이미지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왕꽃 선녀님'에는 '인어아가씨'로 대표되는 임성한식 드라마 작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무속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다룬 것이, 소재 차별화를 위해 언론사 사주 아들이자 사회부 기자 이주왕(김성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인어 어가씨'의 전략을 빼 닮았다.
여자 주인공 초원 역에 신인 탤런트 이다해를 전격 캐스팅한 것 역시 만년 조연 장서희를 아리영 역에 발탁한 전례를 떠올리게 한다.
최근 종영한 KBS 드라마 '낭랑 18세'의 이다해는 "출연 제의를 받고 이 PD와 커피숍에서 만났는데, 그때 임 작가가 몰래 나와 나를 살피고 갔다고 한다"고 말했다.
'인어 아가씨'에 출연했던 김성택 사미자 김용림 한혜숙 박탐희 등은 '왕꽃 선녀님'에도 나온다. '앞집 여자' 이후 8개월 만에 출연하는 김성택은 "내가 세상에 알려질 수 있는 기회를 준 임 작가에게 '보은'하는 뜻으로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파격적인 소재, 비슷한 등장 인물 등 '왕꽃 선녀님'이 '인어 아가씨'를 연상시킴으로써 임성한 안티 모임의 반응도 주목된다.
'인어 아가씨' 방영 당시 결성된 '임성한 안티 정정당당' 사이트 회원들은 임 작가가 새 드라마를 쓸 경우 온·오프라인에서 대대적인 반대 운동을 펴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김대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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