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50년전 육상 1마일 "4분 벽" 깬 로저 버니스터 경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50년전 육상 1마일 "4분 벽" 깬 로저 버니스터 경

입력
2004.05.07 00:00
0 0

"손이 미치는 곳 너머로 손을 뻗어라. 하늘이 왜 있겠는가?"1954년 5월5일까지 육상 1마일(1,609m) 경기에서 '4분의 장벽'은 겁없이 넘으려 했다간 사망에 이르는 에리다누스(죽음의 강)였다. 300년 넘게 이어진 근대 육상 역사에서 그 벽을 뛰어넘은 선수는 그때까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다음날 한 차례의 1마일 레이스가 스포츠의 역사를 바꾸었다. 6일 영국 옥스퍼드에선 정확히 50년 전 그날 인간 한계를 뛰어넘은 한 육상 영웅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전직 신경과 의사 로저 길버트 버니스터(75·영국) 경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54년 5월6일 이플리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아마추어육상연합(AAU)대회 1마일 경기에서 3분59초40을 기록하며 마(魔)의 4분을 깨뜨렸다.

그의 신기록은 자신만의 영광이 아니었다. 눈깜짝할 새보다 짧은 0.6초를 앞당긴 것에 불과하지만 그가 불가능이라고 믿었던 심리적 저항선을 뚫자 방죽이 무너지듯 4분 이내 기록이 쏟아졌다. 버니스터 경 이래 현재 2,000여 명이 1마일 경기에서 4분 벽을 넘었다.

인류역사에 길이 남을 신기록 달성으로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 받으며 작위까지 받았던 그가 50주년을 맞아 당시를 회고했다. "불가능은 없다"는 평범한 격언이 75년 교통사고로 발을 절게 된 백발 노인의 말이었다.

52년 헬싱키올림픽 육상 1,500m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고 싶었던 그는 4위에 그쳤다. 하지만 실패가 오히려 그를 자극했다. "여기서 포기하면 평생 인생의 쓴맛에 취해있을 것 같았거든."

2년 뒤 5월6일 25세의 의학도가 AAU대회에 출전했다. 쌀쌀한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듯한 전형적인 영국날씨 때문에 기록경신을 포기할 뻔했다.

오후6시 바람이 잦아들었다. 그는 "출발선에 섰을 때 '왜 안 된다고 하지? 한 발만 더 빨리 내딛으면 되는데… 가능성은 절반이다, 까짓 것 한번 해보자'라는 마음의 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그리고 기록은 깨졌다.

현재 1마일 세계 기록은 1999년 히참 엘 게루지(모로코)가 세운 3분43초13. 버니스터 경은 "50년은 더 걸리겠지만 3분30초 벽도 무너진다. 경기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외쳤다.

"달리기는 돈도, 장비도, 복잡한 기술도 필요 없다. 우리의 본성에 숨쉬는 잠재력을 깨우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국제육상연맹(IAAF) 러마인 디엑 회장은 "버니스터는 무한한 인간 가성의 영원한 상징"이라며 헌사를 바쳤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