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고, 소화가 잘 되는 빵, 그리고 맛있는 빵! 바쁜 일상과 인스턴트 식품에서 벗어나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은 빵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천연발효 빵이 소리소문 없이 선풍을 일으키고 있고 유태인의 빵이라는 베이글(Bagel)도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달콤한 빵, 부드러운 빵이 전부이고 최고라는 종전의 빵 인식도 조금씩 변화를 예고한다. 이른바 제빵업계에 부는 웰빙 바람이다.
“빵을 먹으면 소화가 잘 안된다고요? 심지어 속이 쓰린 적도 있다고요? 다 옛날 얘기입니다. 천연발효 빵이 나오기 전에 하던 말들이죠.”
김동원(37)씨는 천연발효 빵 전도사로 통한다. 그는 행남자기와 공동으로 올초 압구정동 행남자기 빌딩 1층에 베이커리 ‘크리스피 앤 크리스피’(www.crispynkrispy.com)를 열어 제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천연발효 빵이란 말 그대로 건포도나 사과 같은 천연 식품에 이스트 균을 배양하고 여기에 밀가루와 물을 조금씩 첨가하면서 실온에서 발효시킨 발효종으로 만든 빵을 가리킵니다. 한마디로 몸에 해롭지 않은 빵, 건강에 좋은 빵이죠.”
천연발효 빵은 우선 맛부터 다르다. 냄새를 맡아 보면 시큼한 향이 난다. 맛 또한 마찬가지. 어떤 사람들은 막걸리 냄새가 난다고 말한다. 마치 막걸리를 배양하듯, 술빵을 만들 듯 발효시켜 구운 빵이기 때문이다. 일반 이스트로 발효시킨 빵에서는 이런 맛이 나지 않는다는 게 김씨의 설명.
“처음 천연발효 빵을 내놓으니 아무도 찾지않았죠. 왜 이렇게 딱딱하냐는 반응 일색이었죠.” 실제 빵을 만져 보니 껍질이 딱딱하다. 하지만 한 점 잘라 보면 속은 촉촉한 듯 수분을 머금고 있으면서도 부드럽다. 그래서 고객들을 대상으로 시식회를 했다. “처음에 딱딱하다고 거부감을 갖던 고객들도 일단 맛을 들이면 팬이 됩니다.” 그는 “천연발효 빵은 한 번 맛을 보면 더 입맛에 익어 버린다”며 “대부분이 오히려 딱딱한 껍질을 더 맛있어 한다”고 말한다.
대신 만들기가 힘들다. 빵을 굽는 판에 반죽을 줄줄이 늘어놓고 오븐에 판을 밀어 넣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일일이 빵 반죽 하나하나를 오븐 바닥에 직접 놓아야 한다. 고온에서 짧은 시간에 구워야 껍질이 딱딱해지고 속은 부드러워지기 때문이다.
“천연발효 빵을 만들기가 훨씬 힘들고 귀찮지요. 오븐에 일일이 넣고 빼는 것도 힘들지만 발효과정은 더 깁니다.” 빵반죽은 섭씨 15도의 발효실에서 16시간 이상 발효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천연발효 빵에는 그래서 빵 조각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계량제나 유화제, 색소 등 일체의 첨가제가 들어갈 필요가 없다.
마가린이나 쇼트닝을 쓰지 않고 훨씬 비싼 순수한 버터와 올리브 오일만으로 빵을 만드는 것도 몸에 좋은 빵을 만들겠다는 그의 고집에서다. 밀도 통밀만을 사용한다. 때문에 그의 베이커리에는 진열대에 빵이 수북이 쌓여있지 않다. 필요한 분량만 하루 두번씩 직접 구워내기 때문이다.
전공은 물리학이지만 대학 시절 제과점에서 아르바이트 하면서 빵과 인연을 맺게 된 그는 빵 만드는 경력만 20년이 된다. 미국 뉴욕의 프라자, 월도르프 에스토리아호텔 등에서 베이커로 일했으며 한국에서 천연발효 빵 전문 제과제빵학원을 운영하다 아예 전문 베이커리를 열게됐다. 소비자에게 정말 질 좋은 빵을 공급하겠다는 의지에서다. 학원에서 배웠던 학생들중 15명은 지금 그의 베이커리에서 일하고 있다.
“이제 국내 소비자들도 한 단계 높은 빵 맛을 보아야만 합니다. 일반인들에게 빵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주고 빵 문화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 그의 당면 목표다.
/글·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
■베이글 인기
2,000여년전 유대인들은 밀가루와 이스트, 물과 소금만으로 빵을 만들어 먹었다. 이 빵은 19세기 을 미국 동부지방으로 이민간 유대인들에 의해서 세계에 알려지게 됐고 20세기 말 한국에까지 상륙했다. 베이글(Bagel) 얘기다.
몸에 좋고 맛있는 빵을 추구하는 웰빙 트렌드가 베이글로 옮겨갔다. 최근 압구정동에 베이글 전문 베이커리카페가 생겨나면서 베이글을 찾는 이들도 급속히 늘고 있다.
버터와 계란이 들어가지 않는 베이글은 보통 빵보다 당분과 지방 함유량이 적어 소화가 잘되며 맛이 담백해 흔히 ‘뉴욕 아침식사’로 불린다. 간식보다 주식의 성격이 강하며 외국에서 살았거나 공부한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는 낯선 메뉴가 아니다.
베이글은 노릇노릇한 황금색을 띠고 있으며 속이 부드러우면서도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깊어지는 것이 특징. 맛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태인의 검소한 민족적 기질이 잘 드러나는 빵이다.
베이글은 보통 그냥 먹기도 하지만 옆으로 반을 갈라 안쪽에 햄이나 치즈, 연어, 달걀, 토마토, 야채 등을 얹어 샌드위치처럼 많이 먹는다. 자른 빵 안쪽에 크림치즈를 발라 주는 것도 풍미를 살리는 요령. 순수하고 담백한 플레인 베이글 외에 참깨나 허브, 양파, 갈릭 등을 함께 넣어 반죽한 종류도 많다.
캐나다 브랜드로 국내에 첫 베이글 전문 베이커리카페로 문을 연 베이글 스트리트카페(www.bagelkorea.co.kr)를 비롯, 스타벅스, 자바시티커피, 커피 비너리, 커피 빈 등 커피 전문점에서 베이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박원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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