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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근화동사무소 박영구씨 장애 불구 9년간 아들 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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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근화동사무소 박영구씨 장애 불구 9년간 아들 노릇

입력
2004.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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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을 한결같이 아들 노릇을 해 준 박 주사가 있어 노년이 외롭지 않습니다."100여명의 독거 노인들을 9년째 친부모처럼 보살피고 있는 동사무소 직원이 있다. 강원 춘천시 근화동사무소에 근무하는 박영구(43)씨가 미담의 주인공. 관내에서 독거 노인들의 "든든한 아들"로 통하는 박씨는 6일 오전에도 근화동 H아파트 최예옥(80) 할머니의 집을 찾아가 이불과 옷 등 빨랫감을 받아 드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최 할머니는 "버림받다시피 집을 나와 혼자 산 이후 박 주사와 인연을 맺은 것이 벌써 10년이 지났다"며 "집에 오면 쌀독부터 살피는 등 세심하게 보살펴주는 박 주사가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박 주사가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시청 사회복지공무원으로 첫 발을 내디딘 지 3년 만인 1996년부터다. 1주일에 2, 3일은 독거 노인들의 빨랫감을 수거해 동사무소 한 켠에 마련된 세탁실에서 직접 세탁을 하는 등 9년 째 한결같은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당시 거동이 불편한 독거 노인과 만성질환자 등 빈곤층이 많았어요. 집안 청소는 고사하고 이불과 옷 빨래조차 못한 채 365일을 누워 지내는 그 분들의 생활여건과 위생상태는 매우 열악했습니다. 병약한 노인들에게 깨끗한 옷이라도 입게 해줄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르게 됐습니다."

그는 빈곤·무의탁 노인들을 위해 부녀자 회원들과 함께 무료급식 사업도 벌이고 있다. 박 주사는 2002년 추석 전날 기초생활보호 대상자들 앞으로 배당된 선물을 일일이 방문해 전달하던 중 과로에 따른 뇌출혈로 쓰러졌다. 6개월 간 투병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3월 복직했지만 그 후유증으로 신체 왼쪽부분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지체장애자(3급)가 됐다.

그럼에도 봉사활동은 계속됐다. 지난 3월부터는 사비로 12인승 승합차를 구입해 가난 때문에 평생 여행 한 번 못 가본 노인들을 위해 1일 코스로 동해안 여행을 시켜드리고 있다. 박씨는 "뜻을 같이 하는 후원자들이 많이 나타나면 독거 노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어버이 날 선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춘천=곽영승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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