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차 남북장관급 회담은 시기적으로 우리의 관심을 끈다. 우선 총선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보다 전향적인 남북관계를 지향하는 정치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북한의 용천역 폭발참사를 계기로 남한의 높은 구호열기와 북한의 열린 수용태도가 맞대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그러나 평양회담장에서 북한 대표단이 보이는 협상태도는 매우 실망스럽다. 북한은 지난 2월 서울회담에서 합의한 장성급 회담 개최 제의를 거부하고 있다. 북측의 거부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북침 군사훈련이라는 것이고, 둘째 미국 이지스함의 동해배치 계획이다.
북한의 자세를 옛 틀로 보면 그러려니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남북협력의 차원에서 보면 신뢰감을 허무는 공연한 트집일 뿐이다. 정부의 설명대로 합동군사훈련은 방어훈련이라는 사실과 함께 미리 북측에 참관을 요청했고, 이지스함 배치는 우리 정부가 관여할 사안이 아닌 것쯤은 북한도 안다.
군사회담은 피차의 안전보장을 비롯한 민감한 이슈임엔 틀림없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도 대미협상을 생각해서 복잡한 전략적 계산을 할지 모른다. 그러나 남측이 주장하는 장성회담의 취지는 남북협력과 관련해서 제한적인 차원에서 대화를 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면 5, 6월 꽃게 철을 맞아 서해상에서 남북간 우발적 충돌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남북 어민들의 조업을 보호하여 생활을 향상시켜 줄 방도를 찾자는데, 입만 열면 민족협력을 강조하는 북한 당국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우리가 원하는 것은 북한의 언행일치다. 신뢰의 기초는 남과 북 쌍방이 합의한 약속부터 지키는 자세에서 비롯된다. 장관급 회담에서 이미 합의한 장성급 회담 자체를 거부하는 북측의 자세는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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