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사랑하면서도 종교가 달라 결혼에 어려움을 겪는 젊은이들이 많다. 부모가, 다른 종교를 가진 며느리, 사위 맞기를 꺼려해 결혼을 극렬 반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이다. 종교가 다르면 결혼도 못하는 것일까.종교가 다른 남녀의 결혼 문제를 짚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4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가족―타종교간 결혼에 대하여'를 주제로 제4회 '에큐메니컬(교회 일치 운동) 포럼'을 개최했다. 주로 개신교, 가톨릭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살폈지만 타종교간 결혼으로 많은 사람이 고통 받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의미있는 토론이었다.
기조 발제한 최기산 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은 "상대방의 종교에 관계없이, 결혼은 하나님의 명령"이라며 "따라서 비록 종교가 달라도 배우자의 신앙을 존중해야 하며 자신의 신앙을 상대에게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김선회 루터대학교 대학원장도 생각이 비슷했다. 그는 결혼을 천명(天命)으로 이해한 종교개혁자 루터의 견해를 인용, "자신이나 배우자 모두 완벽한 존재가 아니며 결혼은 그 같은 불완전성을 극복하고 평화를 이룰 수 있는 좋은 계기"라면서 "타 종교인과 결혼하는 것 역시 천명이기 때문에 권할 것은 아니더라도 금지할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홍기선 천주교 송우리성당 주임신부는 가톨릭 교회에서 말하는 결혼의 목적이 '부부간의 사랑과 일치를 통한 자아 실현과 자녀 출산 그리고 자녀 교육'이라는 사실을 환기한 뒤 혼인은 결국 하나님의 뜻에 따라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이혼이 늘고 있는 것은 교회의 결혼관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결혼을 삶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로, 마음이 맞지 않으면 언제라도 돌아설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결혼관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경재 한신대 교수는 다종교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타종교인과의 결혼 생활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공감을 표시했다. 특히 개신교 여성이 비개신교 집안으로 시집갔을 경우 제사와 설·추석 등 세시풍속의 수용 문제, 자녀 교육, 예배 참석 및 신앙생활 유지 등에서 심각한 심적 고통을 겪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타 종교를 우상 종교로 보는 배타적 태도 안에서 자란 개신교 신자들은 타종교인과의 결혼으로 인해 신앙적 죄의식과 가정 갈등을 동시에 경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그는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가 다른 사람과 굳이 결혼하려고 할 경우 교회가 이를 막을 묘안이 없다"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따라서 타종교인과의 결혼 후 가정 생활에서 부닥칠 구체적 문제를 사전에 숙지토록 하고 지혜롭게 해결해갈 것을 미리 교육시켜야 하며 무엇보다 타 종교에 대한 이해와 열린 마음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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