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두 명의 웬수들사전에 '원수'는 있어도 '웬수'는 없다. 그러나 '자식이 아니라 웬수야, 웬수' 할 때는 '웬수'라 해야 제 맛이 난다. 부모 속 새까맣게 태우는 일만 골라서 하는 자식, 그래도 품에 폭 안을 수밖에 없는 사랑스러운 자식이라는 뉘앙스가 바로 '웬수'인 것이다. '열 두 명의 웬수들(Cheaper By The Dozen)'은 이러한 웬수 같은 자식이 12명이나 나오는 시끄러운 코미디다.
영화의 내용은 한마디로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이다. 5세부터 22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아이들은 아빠(스티브 마틴)와 엄마(보니 헌트)를 가만 두지 않는다. 하루라도 사고를 치지 않으면 손에 가시가 돋는, '나 홀로 집에'의 꼬마 악동 맥컬리 컬킨이 바글바글 하는 그런 상황. 이러니 각각 미식축구 감독과 여성작가로 성공하고 싶은 부모 마음은 안중에도 없다. 새로 이사 간 집이 어떻고, 친구가 어떻고, 아빠는 이래저래 밉고…
그러나 지극정성은 통하는 법. 대가족의 화목을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한 아빠 덕분에 자식들도 마음을 열고, 영화는 할리우드식 해피 엔딩을 향해 치닫는다. 온 가족이 함께 보며 즐거워할 수 있는 전형적인 가족 코미디물이다. 머리 하얀 스티븐 마틴은 이런 아빠 역이 제격이다. 영어 원제는 '한 다스(12개)로 사면 싸다'는 뜻. 감독 숀 레비. 전체 관람가.
/김관명기자kimkwmy@hk.co.kr
●스파이 키드 3D
초등학생 주니는 미국 비밀정보국(OSS) 최고의 특수요원이다. 그는 매번 임무를 부여받아 감쪽같은 변장술로 적의 미행을 따돌리고 첨단 무기를 이용해 범죄 조직을 일망타진한다. 이쯤 되면 웬만한 어른 뺨치는 실력이다. 오죽했으면 스파이를 그만 두고 사설탐정 사무소를 차릴 생각을 했을까.
그의 누나 카렌도 만만치 않다. 비디오 게임 속으로 어린이를 유인, 납치하는 악당을 잡기 위해 돌아올 수 없는 게임의 세계로 뛰어든다. 주니와 친구들은 사라진 카렌을 따라 게임 속에 숨어 있는 악당 체포에 나선다.
이처럼 스파이 키드의 소년, 소녀들은 더 이상 아이가 아니다. 덕분에 언제나 사건을 일으키는 자식들을 걱정하느라 부모의 속은 시커멓게 타 들어 간다. 그렇지만 인류의 평화를 위해 나선다는데 말릴 수도 없는 일.
쿠엔틴 타란티노와 더불어 할리우드의 악동으로 불리는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은 컴퓨터 그래픽을 총동원해 가족이 함께 즐길만한 오락 영화를 만들었다. 어른은 콧방귀를 뀔만한 허황된 내용이지만 호화 배역 덕분에 미국에서는 3편까지 나올 정도의 인기 시리즈로 자리 잡았다. 이번 작품에서도 악당 등 1인 4역을 맡은 실베스터 스탤론을 비롯해 안토니오 반데라스, 조지 클루니, 스티브 부세미, 셀마 헤이엑 등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그러나 어른들도 재미있게 봤던 1, 2편에 비해 3편은 줄거리가 너무 약하다. 게임 화면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영상은 아이 눈높이에는 맞을 지 몰라도 어른이 참고 보기에는 마땅치 않다. Spy Kid 3D: Game Over. 전체관람가.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