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5일 아랍 방송 인터뷰를 통해 미군들의 이라크 포로 학대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아랍권은 물론 미국 내에서도 미흡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부시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포로 학대가 '혐오스러운'(abhorrent) 일이지만 일부 일탈행위가 자유 민주주의의 상징인 미국을 대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사과한다'는 표현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AP·AFP통신, 파이낸셜 타임스 등 외신들은 일제히 부시 대통령의 인터뷰에 대해 "사과는 없었다"는 논조로 보도했다.
워싱턴대학의 정치수사학 전문가인 웨인 필드 교수는 "아랍권에서는 부시가 마치 생색을 부리는 것처럼 비쳤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존 케리 상원의원도 "미국 대통령은 적절한 설명과 함께 적절한 방식으로 책임도 져야 한다"며 "만일 사과가 필요하다면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비판했다.
아랍권 반응은 더 냉담했다. 대다수 아랍인들은 "어차피 부시에게 큰 기대도 안 했다"며 부시 발언을 평가절하했다. BBC방송은 "부시가 학대 행위를 일부 병사들의 일탈 행위로 치부했다는 사실이 아랍인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인터뷰 방영 직후 '사과가 없었다'는 지적이 일자 "대통령은 이번 사건과 그것이 일으킨 고통에 대해 미안해 하고 있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도 5일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과를 유보했다. 럼스펠드 장관은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어떤 미국인이든 미안한 느낌을 가져야 하며 학대는 비미국적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얼버무렸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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