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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을 깨는 사람들](6) 박혜경 식약청 영양평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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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을 깨는 사람들](6) 박혜경 식약청 영양평가과장

입력
2004.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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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well―being)·다이어트 바람을 타고 좋은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진지해지고 있다. 지방이 많이 함유된 식품을 되도록 피하고 단백질과 무기물, 비타민 함량이 높은 식품을 고르려는 소비자들의 선택이 두드러지고 있다.그러나 식품의 영양이나 함량 표시를 통해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극히 제한돼 있다. 또 특정 영양소의 섭취와 관련한 해묵은 상식 가운데는 과학적 사실과 어긋나는 예도 적지 않다.

"오래 전에 방영된 미국 만화영화 '뽀빠이'에서 주인공 뽀빠이는 여자 친구 올리브가 언제든 '도와줘요, 뽀빠이!'를 외치면 부리나케 달려 갑니다. 그는 처음에는 힘이 달리지만 통조림 시금치를 입에 털어 넣고 나서는 초인적 힘을 발휘해 악당들을 물리치지요. 시금치에 대한 호감을 높여 어린이들의 철분 섭취를 늘리려고 만든 만화영화라지만 시금치로는 철분을 제대로 섭취할 수 없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박혜경(朴惠慶 44·식품화학 박사) 영양평가과장은 이런 예를 들어 식품에 대한 상식의 허실을 지적했다. 식품에 어떤 성분이 얼마나 들어있는지를 보여주는 영양·함량 표시와 우리 몸이 이를 얼마나 흡수해 이용할 수 있느냐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예였다.

"식품에 들어있는 영양소는 그 형태는 물론 함께 들어있는 다른 성분에 따라 인체의 흡수·이용율에 커다란 차이가 납니다. 철분의 경우 헴철(heme iron)과 비헴철의 두 형태로 존재하는데 헴철은 헤모글로빈이나 미오글로빈(근육의 색소단백질)의 구성 성분이고, 그 밖의 철분은 비헴철이지요. 헴철은 흡수·이용율이 20∼30%에 이르지만 비헴철은 2∼20%에 지나지 않습니다. 동물성 식품의 철분은 헴철이 40%나 들어 있어 그만큼 흡수율이 높지만 식물성 식품에는 대부분이 비헴철 형태로 들어 있어 흡수·이용율이 떨어집니다. 시금치도 예외가 아니지요. 다른 야채에 비해 시금치의 철분 함량이 특별히 높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시금치에는 100g 2.6㎎ 정도의 철분이 들어 있는데 미나리(4.1㎎)나 무청(7.3㎎) 등보다 높지 않습니다. 또 미나리나 무청과 마찬가지로 시금치에는 철분 흡수를 방해하는 수산(옥살산)이 많이 들어 있어 철분 흡수가 어렵기는 마찬가지지요."

―철분 흡수를 방해하는 다른 물질도 있습니까.

"식물 일반의 식이섬유소, 곡물 껍질에 많이 함유된 피틴산, 녹차나 커피의 탄닌 등이 대표적인 철분 흡수 방해 물질로 밝혀져 있습니다."

―결국 식물성 식품으로는 철분을 제대로 얻기 어렵다는 얘긴가요.

"단순하게는 그렇게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성인병을 예방한다고 채식만 하다가 철분 결핍으로 어지럼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육류나 생선, 조개류, 계란 등 헴철 함량이 높은 동물성 식품을 멀리하지 않아야 철분 결핍을 막을 수 있습니다. 물론 비타민C·D 등 철분 흡수를 도와주는 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 식품을 함께 먹으면 식물성 식품이라도 철분 흡수율을 높일 수는 있습니다."

―칼슘(Ca)도 철분처럼 흡수를 방해하는 물질과 돕는 물질이 있습니까.

"칼슘 흡수도 방해·증진 물질이 있고 대체로 철분과 비슷합니다. 수산과 피틴산, 탄닌, 식이섬유소 등은 흡수를 방해하는 물질이고, 비타민D는 대표적 증진 물질입니다. 그래서 철분과 마찬가지로 식물성 식품을 통해 얻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칼슘의 경우는 특별히 인(P)과의 비율이 흡수율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데 영양학 교과서에는 칼슘과 인을 1대1로 섭취할 때 가장 좋고 1대 2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요즘 청소년들의 칼슘 섭취는 많이 늘어났지만 골밀도를 조사해 보면 오히려 떨어지는데 인스턴트 식품이나 탄산 음료 등에 많이 들어있는 인이 칼슘 흡수를 방해한 결과입니다."

―멸치 뼈는 좋은 칼슘 공급원입니까.

"멸치 자체가 칼슘의 보고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멸치 뼈를 비롯한 동물의 뼈에는 비타민 D 등 칼슘 흡수 증진 물질이 들어있지 않은 대신 인이 많이 들어 있어 흡수에 한계가 있습니다. 또 대개 시금치국이나 근대국 등에 넣어서 끓여 먹기 때문에 야채 속의 칼슘 흡수 방해 물질의 작용을 받습니다. 그러니 실제 우리 식생활에서의 흡수율은 그리 높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다른 이상적인 칼슘 공급원이 있나요.

"우유를 들 수 있지요. 우유는 칼슘 함량이 높은 데다 흡수 증진 물질인 비타민 D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멸치 100그램을 먹기는 쉽지 않지만 우유는 누구든 100, 200㎖를 간단히 마실 수 있으니 효과가 크지요."

―철분이나 칼슘 모두 동물성 식품으로 섭취하는 게 낫다는 얘긴데 콜레스테롤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지방성분의 일종인 콜레스테롤은 성인병의 주범인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물질이지만 세포막과 신경세포의 수초 등을 구성하고 스테로이드 호르몬과 담즙산의 원료로 쓰입니다. 지나치면 안되지만 부족해서도 안 되는 물질입니다. 또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있다고 반드시 나쁜 식품은 아닙니다. 흔히 달걀 노른자는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나쁜 식품'의 대명사로 여겨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함께 들어있는 레시틴이라는 인지질의 작용으로 혈중 콜레스테롤 증가를 가져오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있는 생선이나 조개류에는 불포화 지방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동맥경화의 주범으로 '나쁜 콜레스테롤'인 저밀도 지단백(LDH) 콜레스테롤의 생성을 막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고밀도 지단백(HDH) 콜레스테롤의 생성을 돕기 때문에 기피할 이유가 없습니다."

―포화·불포화 지방이나 콜레스테롤의 종류별 함량이 식품에 표시됩니까.

"현재 콜레스테롤 함량은 좋은 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을 구분하지 않고 총콜레스테롤로 표시하고 있고, 지방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포장지 앞에 눈에 띄게 '무콜레스테롤' 등의 강조 표시를 할 경우에만 보다 엄밀한 표시 기준이 적용됩니다. '무콜레스테롤' 표시가 된 식품을 두고 흔히 소비자들은 포화지방도 거의 들어있지 않을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기 때문에 2000년 7월부터 식품 100g, 또는 100㎖ 당 콜레스테롤이 5㎎ 이하이자 포화지방이 1.5㎎인 경우에 한해 그런 강조 표시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렇지만 '무콜레스테롤' 표시가 된 식품이라고 무조건 안심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표시의무를 지운 트랜스지방산이라는 성분이 있습니다. 불포화지방이 많이 들어 있는 식물성 기름도 마가린이나 쇼트닝처럼 수소를 첨가해 고형화하거나 튀김처럼 고열을 가하면 포화지방보다 더 나쁜 영향을 미치는 트랜스지방산으로 바뀝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트랜스지방산은 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식품, 특히 가공식품의 영양표시 기준을 더욱 세분화하고 강화해야겠군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우선 영양표시 기준은 제조·가공업체에는 일종의 규제가 됩니다. 특히 무기물이나 비타민 등 미량성분의 경우에는 제조과정에서 오차 범위가 워낙 커서 표시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또 아무리 잘 표시해도 소비자들이 읽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데 2003년 식약청 조사에서는 영양표시를 읽는 소비자 비율이 24%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식품영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정부가 영양 정책에 비중을 두어야 하는데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그런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황영식 편집위원/yshwang@hk.co.kr

●박혜경과장 약력

1960년 서울, 44세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고려대 식품공학과 석사, 박사

한림대 한국영양연구소 연구원

국립보건원 보건연구사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규격과 보건연구관

식품의약품안전청 영양평가과장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박혜경 과장은 영양표시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는 식약청 홈페이지(www.kfda.go.kr) 영양표시정보란에서 얻을 수 있으며, 일반인들이 건전한 식품상식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창구로 지역사회영양학회(www.dietnet.or.kr), 한국식품영양재단(www.nutritionkorea.com) 및 서울여대 이미숙 초빙교수가 운영하는 홈페이지 '건강한 식탁'(http://dietnote.co.kr) 등의 인터넷 사이트를 추천했다. 또한 내년부터 식약청이 올바른 영양정보를 제공하는 공식사이트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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