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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21세기형 공학교육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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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21세기형 공학교육 절실

입력
2004.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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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든 대학은 사회 발전과 변화의 원동력이 되어 왔다. 대학 경쟁력은 국가 경쟁력과 궤를 같이 해 왔다. 대학 교육은 지금까지도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어 왔지만 최근 21세기 사회가 요구하는 교육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노력, 특히 과학기술 교육의 대대적인 혁신은 세계적 추세라 할 수 있다.미국은 10년 전부터 미래에 필요한 교육이 되도록 꾸준히 대학의 교과목과 교육내용을 변화·발전시켜 왔다. 중국도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대학 수를 절반으로 줄여 나가고 있다. 일본 역시 지난 5년간 국립대학 수를 과감히 줄이고 필요한 예산의 절반을 대학 스스로 마련할 수 있도록 법인으로 전환하고 있다. 독일 또한 정보지식산업에 맞도록 법으로 정한 졸업에 필요한 학과목을 바꾸는 등 혁신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인적자원이 성장의 견인차인 우리로서는 교육은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10여 년 전부터 대학총장, 노벨상 수상자, 교육자들이 중심이 되어 연구하고 있는 미국 보이어위원회(Boyer Commission)가 발표한 보고서 '연구 중심 대학의 대학 교육'은 우리 대학 교육 혁신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 보고서는 단순한 정보전달이 아니라 연구하면서 배우는 교육, 신입생에게 고등학교 과정의 단순 연장이 아닌 탐구정신을 키워주고 탐구영역을 확장할 수 있으며 감동을 줄 수 있는 강의, 기초를 다지는 교육, 학과 간 장벽을 허물고 학제적 방식으로 다양한 부문을 공부할 수 있는 교육 등 10개 개혁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정신을 충실하게 구현한 미국의 올린 공대는 5년여 동안 준비한 끝에 2002년 개교해 우수 신입생을 선발함으로써 세계 공학교육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올린 공대의 새로운 교육 시스템은 학생들이 학과 간 장벽을 뛰어넘고 기초교육을 튼튼히 하여 창의력을 극대화하는 학제적 교육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1학년에 배우는 기계공학입문은 공학 과제와 수학 그리고 물리를 담당하는 세 명의 교수가 함께 참여하여 교육한다. 공학 과제 담당 교수는 1학년 학생들에게 로켓 설계와 발사 그리고 데이터 측정을 가르치며, 수학 교수는 로켓 궤도를 계산할 수 있는 2차 미분방정식까지를 가르친다. 물리 담당 교수는 기초물리부터 열역학까지를 가르쳐 로켓의 추진력을 계산할 수 있게 한다.

교양과목은 정선하여 졸업까지 한 학기에 한 과목씩을 이수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학생의 경우 생명과학은 물론 컴퓨터과학 등을 선택할 수 있으며, 기업가 정신을 배우고 싶다면 경영학 과목들도 교양과목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21세기형 공학 교육은 분명 멀지 않은 장래에 미래 경쟁력을 갖춘 공학 교육의 핵심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최근 국내 공학교육계에서도 이러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광주과학기술원은 올린 공대와 같이 21세기형의 새로운 교과 과정 및 교육철학을 추구하면서 모든 과목을 영어로 강의하는 국제적인 공학 학사 과정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도 세계적인 공학 교육 경쟁에서 한발 앞서 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공학 교육 패러다임을 도입해 정착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나정웅 광주과학기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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