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면가가 낮은 후진국의 동전이 자동판매기에서 선진국의 비싼 동전으로 사용되는 '동전월경'(銅錢越境) 현상이 국내에도 등장했다.6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필리핀의 1페소(한화 20원) 동전이 필리핀 근로자나 여행객을 통해 유입돼 자판기에서 실제보다 5배 가량 비싼 100원 동전으로 사용되고 있다.
필리핀 1페소 동전은 100원 동전과 크기와 재질이 유사해 국내 자판기의 2단계 식별장치로 걸러지지 않는다. 100원 동전은 구리·니켈 합금으로 지름 24㎜, 무게 5.42g이며 테두리에 110개의 톱니가 있다. 1페소 동전도 구리(25%)와 니켈(75%)이 섞인 백동(白銅)이 재료로, 지름은 100원 동전과 같고 무게는 5.5g 내외로 다소 무겁다. 또 테두리에 100여개 안팎의 톱니도 있다.
자판기는 1단계로 전기를 동전에 통하게 하면 재질에 따라 전류 크기가 달라지는 것을 이용, 동전을 구별하는데 두 동전 모두 니켈·구리 합금이라 구별이 되지 않는다. 2단계로 광센서로 크기와 무게를 비교하는데 대부분 자판기가 1페소와 100원 동전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범죄조직 등이 1페소 동전을 대량 유입할 경우 자칫 100원 동전을 새로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며 "실제 일본은 1990년대말 한국의 500원 동전이 500엔으로 둔갑되는 일이 계속되자 2000년 기존 재질에 아연을 첨가한 새로운 500엔 동전을 만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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