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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친구사이 같은 호주의 姑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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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친구사이 같은 호주의 姑婦

입력
2004.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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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사유가 고부 간의 갈등 때문이라는 보도를 가끔 접할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며느리와 시어머니 관계가 불편하고 어려운 사이로 인식된다. 물론 친정 엄마와 딸처럼 정말 친한 사이도 있다. 이곳 호주는 고부 관계가 한국과 한참 다르다. 일단 같이 사는 경우가 드물고 가까이 살지 않으면 1년에 한 번 보기조차 힘들다. 그래서 며느리가 시댁을 방문해도 손님이나 다름 없다. 시어머니가 식사 준비하고 며느리는 손님처럼 앉아서 대접받는다.나로서는 상상이 안 갔지만 현실이 되었다. 한 달 전 나는 호주 남자와 결혼했다. 결혼식 때 친정 부모님이 한국에서, 남편 부모님은 호주 남쪽 큰 섬 태즈매니아에서 오셨다. 두 분은 참 소박하고 편안하시다.

시부모님은 1주일 동안 우리 집에 머무셨는데 며느리로서 일찍 일어나 아침을 해드려야 하는 의무감은 없다. 오히려 그렇게 하면 두 분이 더 불편해 하셨다. 시부모님들도 아침 일찍 일어나시지만 우리가 깰까 봐 조용히 토스트와 차를 만들어 드시고 정원에서 신문을 보시고 뜨개질을 하시며 기다리셨다.

저녁에는 한국 음식을 해드렸다. 불고기와 잡채를 아주 좋아하셨다. 그러나 설거지는 항상 시어머니가 하시며 나는 근처에도 못 오게 했다. 한 번은 시동생네에서 우리 친정 부모님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함께 했는데 그 날은 시동생과 시어머니께서 저녁을 만드셨다.

여기서는 남자가 요리하는 것은 보통인데 시동생이 요리를 하자 친정 부모님은 이해를 못하셨다. 심지어 친정 아버지는 역정까지 내셨다. 시어머니와 시동생은 저녁 준비를 하는데 두 며느리는 앉아 TV를 보고 있으니 한국 정서로는 이해할 수 없으셨을 것이다. 이곳에서는 시어머니가 하는 일을 막는 것이 오히려 실례이며 쓸 데 없는 간섭으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해 드려도 친정 부모님은 불편해 하셨다. 이곳은 한국과 판이하게 다르다. 고부 간은 친구와 같고, 누구를 모시고 섬기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큰아들이라해서 부모님을 모셔야 하는 의무감도 없다.

/윤미경 호주/쉐라톤 미라지 골드 코스트호텔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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