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에 대한 거대 보험사의 소송 남용 관행에 맞서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비용을 모아 소송을 내 승소했다. 제주에 사는 이모(37)씨는 2001년 3월 난데없는 소송장을 받았다. 5년 전 발생한 교통사고에서 거액의 보험금을 물어 준 보험사가 이씨를 상대로 뒤늦게 구상금 청구소송을 낸 것이었다.1996년 당시 이씨는 차를 몰고 관광버스의 뒤를 따라가던 중 중앙선을 침범한 덤프트럭과 관광버스가 충돌하는 것을 보고 급제동을 걸었으나 미처 피하지 못해 관광버스 뒷범퍼를 들이받았다.
그러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씨는 잘못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고 버스회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사는 관광버스 탑승객 26명에게 1억4,000만원을 지급해야 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뒤 보험사는 "덤프트럭의 중앙선 침범과 이씨의 안전거리 미확보 과실이 겹쳐 피해가 커졌다"며 이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 2심 법원은 "이씨 차량의 추돌사고로 피해가 켜졌다는 증거가 없다"며 모두 이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이씨는 소송이 진행된 1년 2개월 동안 집과 자동차, 월급까지 가압류당하는 바람에 직장에서 '문제 있는 사람'으로 찍히는 등 심한 정신적, 경제적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교통사고 법률상담 사이트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게된 네티즌 100여명은 "소송에서 지더라도 보험사의 횡포를 지켜볼 수만은 없다"며 1만∼2만원씩 십시일반으로 소송비용을 모아 이씨에게 전했고, 이씨는 네티즌들의 도움으로 보험사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단독 장세영 판사는 6일 "월급 외의 별다른 소득 없이 5명의 가족을 부양하던 이씨가 월급을 가압류당해 상당한 경제적 압박과 정신적 고통을 받은 점이 인정된다"며 "보험사는 245만원을 이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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