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매도공세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연일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가 6일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삼성전자 등 외국인의 무차별 매도공세에 노출된 지수 관련 주요 대형주는 이날 일제히 3∼5%의 급락세를 나타냈고, 종합주가지수는 이번 하락장세에서 최후의 보루로 인식돼온 120일선을 하향 이탈하는 등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
멈추지 않는 외인 매도공세
어린이날 휴일 전까지 강보합세를 나타내며 반등을 준비하는 듯했던 증시는 이날 종합주가지수가 전날 대비 무려 29.80 포인트나 폭락하는 등 '패닉(Panic)' 양상을 보였다. 특히 오후 들어 120일선(849 포인트)을 하향 이탈하자 둑이 무너지듯이 지수 낙폭이 확대되며 단숨에 830선까지 밀렸다.
이로써 지난달 23일 936.06까지 치솟았던 종합주가지수는 불과 8거래일 만에 거의 100 포인트(10.5%)나 추락한 셈이 됐다.
이 같은 추락은 무엇보다도 '중국쇼크'로 야기된 외국인 매도세가 예상보다 강력하게 이어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가뜩이나 우량주 유통물량이 줄어든 가운데, 이날도 1,800억원 이상의 외국인의 순매도가 대표 우량주에 집중되면서 지수 하락세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거래소와 코스닥 양대 시장에서 최근 7 거래일간 2조4,000억원대를 기록하고 있는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악재의 시너지'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6일 증시는 뚜렷한 악재에 휘둘렸다기보다 전날 대만증시 폭락, 투자자금의 아시아 이탈 소식, 아테네 테러 및 배럴당 40달러 돌파직전의 유가 부담 등 복합적인 악재가 맞물리며 투자심리가 급랭하는 쪽으로 기운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외국인 매도는 지난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사상 최대규모인 16억달러의 증시자금이 이탈해 미국 등으로 유입됐다는 UBS의 발표가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 많다. 대우증권은 "국제 투자자금의 대규모 아시아 이탈 소식은 기술적 반등에 대한 기대마저 소멸시켰다"며 "외국인 매도세가 언제 끝날 것인 지가 극히 불투명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등, 멀지 않았다
LG투자증권 황 팀장은 "지난 1∼3월 가격대를 감안할 때 52만원대로 접어든 삼성전자 주가는 언제 사도 손해 볼 가능성이 적은 상태"라며 "최소한 삼성전자 주가 수준으로 볼 때는 하락세가 바닥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황 팀장은 그러나 "주요 대표 우량주에 대한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지속되고, 1조2,000억원대에 이르는 프로그램 매수잔량 부담을 감안할 때 지수가 다음 저지선인 820선대까지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김정훈 연구원은 "차트상으로 볼 때 하락 목표지수대인 850선을 하향 이탈한 만큼 반등이 점차 가시화할 것"이라며 "880선까지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증시 전문가들도 이날 삼성전자 국민은행 등의 주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는 점 등을 들어 최소한 추가 급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는 쪽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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