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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장관급회담 이틀째/"군사문제"로 입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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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장관급회담 이틀째/"군사문제"로 입씨름

입력
2004.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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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은 5일 평양 고려호텔에서 14차 남북 장관급회담 첫 전체회의를 열어 한미합동군사훈련, 장성급회담 개최 등 군사분야 현안을 놓고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용천역 참사에 대한 지원으로 화해무드가 흐를 것이라는 예측이 다소 빗나간 회의였다.장관급회담 북측 단장으로 새로 취임한 40대의 권호웅 단장은 처음부터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며 기선 제압을 시도했다. 권 단장이 '트집거리'를 나열하는 바람에 회담은 시종 겉돌았다.

그는 기본발언에서 먼저 "한미 합동군사훈련은 북침연습이기 때문에 우선 중지되고 이지스함의 동해 배치계획도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군사회담 개최에 합의해놓고도 이를 지연시킨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전술이라는 게 정부측 판단이다.

정세현 남측 수석대표는 "한미 합동훈련은 공격훈련이 아닌 방어훈련"이라며 그 동안 합동훈련을 할 때 북측에 일정을 통보하고 참관을 요청했던 사례를 들었다. 정 대표는 또 "이지스함 문제는 미국으로부터 연락받은 적도 없고 다른 나라가 공해상에서 군사력을 이동하는 것으로 간섭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정 대표는 또 "군사당국자회담 개최에 합의하고도 이행하지 않은 것은 실망스럽다"며 5월중 회담 개최를 제의했다. 남측은 합동훈련 문제 등도 군사당국자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지 않느냐고 북측에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회담에서 '안보와 교류협력의 병행발전' 전략을 관철할 방침이다. "군사적 긴장완화 없는 경제, 사회, 문화교류협력 활성화는 모래 위에 쌓은 성에 불과하다"는 게 최근 정부의 분위기다.

이에 북측은 최근 일부 탈북자들이 시작한 인터넷라디오방송을 문제 삼았다. 지난달부터 국내에서 방송된 '자유북한방송'은 인터넷이나 라디오방송인 미국의 소리(VOA)를 통해 북쪽에서도 청취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이와 관련, "탈북자들의 인터넷 방송은 수백만개의 웹사이트 중 하나"라며 "우리사회에서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권 단장은 또 9차 이산가족상봉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천출'(賤出)로 폄하한 통일부 관계자의 발언에 대해 "6·15 합의를 부정하는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남북은 이날 오후부터 실무대표 접촉을 잇따라 갖고 양측이 제기한 문제들을 밤늦게까지 집중 협의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평양=공동취재단·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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