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든 일본이든 국적은 중요하지 않아요. 여자라면 누구나 가슴 아파해야 할 일이죠."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에서 4년 넘게 자원봉사 활동을 하던 일본인 여성이 아예 이 단체의 상근으로 들어앉았다. 지난 2월 정대협 간사로 선임된 스다 가오리씨.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루기 위한 국제 네트워크를 조성하고 관련 국제회의를 준비하는 일을 하느라 스다씨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스다씨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뛰어든 것은 아주 우연한 계기에서 비롯됐다. 1999년 한국에 관광을 왔다가 일본대사관 앞에서 벌어지는 수요집회를 목격하고 거기에 자연스럽게 참석했던 것. 스다씨는 "그 집회에서 분노를 느낀 뒤" 일본으로 돌아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에 나섰다. "그래도 가슴 속의 갈증이 여전하더군요. 그래서 다시 한국을 찾아왔어요."
수요집회 때 굳게 닫혀 있는 일본 대사관의 철문을 보거나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등과 관련한 일본 정부의 망언이 나올 때마다 스다씨의 가슴은 더욱 답답해진다. "한국과 일본은 전쟁 중이라는 사실을 한국에 와서 비로소 알게 됐어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한국인들이 잊지 말아야 해요. 수요집회에 대해서만이라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스다씨는 수요집회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날이면 할머니들의 표정부터 밝아진다고 말한다. 집회에 사람들이 많이 참석하면 외로운 투쟁을 벌이는 할머니들에게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스다씨는 일본군위안부 기념관이 건립될 때까지는 정대협에서 일할 생각이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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