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28일부터 총파업을 벌이고 있는 전국타워크레인 노조(위원장 안병환)가 5일 서울·경인지역 공사 현장 87곳의 크레인을 기습점거한 채 고공농성에 돌입, 공사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3일부터 서울대에서 농성을 벌였던 노조는 이날 0시30분께 조합원 480여명을 동원, 서울 길음동 대우아파트 건설현장 등 서울지역 65곳, 경기 용인 동백지구 등 경인지역 22곳에서 타워크레인을 일제히 점거했다.
이들은 새벽에 5명 정도씩 조를 이뤄 크레인 위에 올라가 2003년 단협 이행, 파견근로 금지, 근로계약서 체결,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당초 100여곳을 대상으로 점거를 시도했으나 5개 현장에서 노조원 9명이 경찰에 연행되고 8개 현장에서는 현장사무소 등의 제지로 진입에 실패했다.
노조원 30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 선릉역에서 도곡동까지 가두행진을 벌인 뒤 도곡동 쌍용아파트 현장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이기석 정책국장은 "사용자측이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때까지 무기한 고공농성을 벌일 계획"이라며 "경찰이나 현장사무소에서 음식제공을 막을 경우에는 단식농성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53곳의 건설현장에 1,000여명을 배치해 노조원의 추가 진입을 막는 한편, 이미 농성중인 현장에는 매트리스를 설치하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건국대에서 농성중인 노조원 1명이 3층 건물에서 뛰어내려 크게 다치는 등 파업이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분신을 기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노조원들의 점거농성으로 경기 용인 동백지구 H아파트 공사현장에서 크레인을 이용한 철근운반이 이뤄지지 않아 공사가 중단되는 등 전국 곳곳에서 공사 차질이 빚어졌다.
노조 관계자는 "경기지역의 경우 총파업 이후 대체인력 투입으로 종전의 60% 수준의 운행이 이뤄졌으나 이날 농성으로 가동률이 40% 정도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안형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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