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이상 한미간 주요 현안이었던 미 대사관 신축부지가 용산 미군기지로 사실상 확정된 것 같다.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은 4일의 기자간담회에서 "미 대사관이 용산 미군기지의 일부인 '캠프 코이너'로 이전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대행은 "딕 체니 부통령이 방한했을 때 미국측은 (신축부지가) 꼭 4대문 안이 아니라도 괜찮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이 문제는 해결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주한 미 대사관측은 아무 통고를 받지 못했다는 반응이나, 언행에 신중한 고 대행이 이 정도 얘기한 것을 보면 결론은 났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6만7,000여평의 캠프 코이너는 용산기지 이전계획에 따라 수년 내에 국방부에 반환되며, 정부는 당초의 신축예정 부지였던 옛 경기여고터와 이 땅을 맞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캠프 코이너는 대지가 넓어 대사관과 직원숙소가 함께 들어설 수 있고, 미군기지가 있던 자리여서 신축에 별 어려움이 없다.
정부는 옛 경기여고터가 문화재 보호문제로 신축에 난항을 겪자, 종로구 송현동의 옛 미 대사관 직원숙소 부지 등을 대안으로 검토했다. 하지만 송현동 부지도 청와대와 가까워 고도제한(5층·16m)에 걸리고, 광화문에서 인사동을 잇는 역사문화벨트 한 가운데 위치한다는 점 등이 문제로 제기됐다. 청와대와 경복궁의 코 앞에 미 대사관이 자리잡는 게 국민정서상 무리가 없는지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미국측은 새 회계 연도가 시작되는 9월 이전에 이 문제의 매듭을 희망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부지교환에 따른 실무협상을 서둘러 주요 현안 중 하나를 풀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새로운 양상을 맞고 있는 한미동맹의 미래를 위해서도 빠른 마무리가 바람직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