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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중국관 對 미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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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중국관 對 미국관

입력
2004.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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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우리에게 중국은 없었다. 세계지도에서 중국은 빨간색이나 노란색으로 간단히 칠해질 정도로 아무것도 없는 나라였다. 어떤 인종들이 살고 있고 조선족이 어떻게 사는지도 몰랐다. 중국은 스스로 문을 걸어놓고 문화혁명 같은 대란을 일으키는 곳쯤으로 생각했다. 서방세계는 '죽의 장막'이라 불렀다. 우리도 이 나라를 구태여 알려 하지 않았다. 가끔 외신사진에 나오는 중산복의 중국지도자 모습을 신기하게 여겼고, 해외토픽의 엽기적 이야기를 통해 일반인의 생활을 엿보았을 뿐이다. 아무도 중국을 여행하는 꿈을 꾸지 못했다. 멀고도 이상한 '금지된 성'이었다.■ 30년 후 모든 것이 변했다. 세계지도에서 중국은 더욱 넓게 차지하고 지명이 촘촘히 적혔다. 무역으로 먹고 사는 우리에게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제일 교역국이 되었다. 중국에서 수입한 농산물이 우리의 식탁을 점령하고. 한국인 300만명 이상이 매년 중국의 관광지를 누빈다. 만리장성에서 가장 흔히 들리는 외국어는 한국말이다. 깔끔한 양복차림의 후진타오 주석이 부시 대통령보다 훨씬 매력적이다. 미국의 주(州)보다도 중국의 성(省)에 대한 정보가 우리에게 더 친숙해지고 있다. 아무도 이 변화에 놀라지 않는다.

■ 며칠 전 열린우리당이 소속 국회의원 당선자 13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앞으로 대외정책에서 미국보다 중국을 중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63%를 차지했다. 이 결과에 당지도부마저 놀랐다고 한다. 연세대가 여야 초선의원 138명을 상대로 한 조사결과에서도 대외정책의 우선국가로 중국(55%)이 미국(45%)를 앞질렀다. 일반 국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동아일보와 코리아리서치의 조사결과가 나왔다. 외교안보측면에선 중국이 중요하다는 사람이 48%이고 미국이 중요하다는 사람은 38%였다. 경제 측면에서는 중국 62%인데 반해 미국은 26%에 머물렀다. 이 결과에 사람들이 놀란다.

■ 모르긴 해도 이들 설문 및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주한 중국외교관과 미국 외교관들도 놀랐을 것이다. 본국에 그 의미를 분석해 보고하느라 바빴을 것이다. 중국 외교관들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면, 미국 외교관들은 긴장과 착잡함을 느꼈을 것이다. 남북문제 북핵문제 주한미군 문제를 대처함에 있어 이같이 달라진 국민정서가 어떻게 작용할지 아무도 그 파장을 예측할 수 없다. 국제관계는 변하게 되어 있다. 다만 변화의 방향과 속도에 따라 기회와 위험이 엇갈리게 될 뿐이다.

/김수종 수석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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