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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서울시의 밀어붙이기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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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서울시의 밀어붙이기 행정

입력
2004.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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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양에서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서울 명동으로 출퇴근하는 윤모(38)씨는 4일 출근 길에 남산1호터널 속에서 영문도 모른 채 30분동안이나 갇혀 있었다. 겨우 터널을 빠져 나와 유심히 앞을 내다 본 윤씨는 이내 화가 치밀었다. 일반 도로를 운행하다 갑자기 나타난 삼일로 버스중앙전용차로를 앞에 두고 버스와 일반차량들이 각자의 차선으로 '헤쳐 모여' 하면서 극심한 정체를 빚었던 것. 꼼짝없이 지각을 하게 된 윤씨는 상사의 따가운 눈초리 보다는 "앞으로는 어쩌나"하는 걱정에 발걸음이 무거웠다.5일 낮 서울시청 앞에 최근 개장한 서울광장. 어린이날을 맞아 두 아이와 함께 이 곳을 찾은 주부 왕모(29)씨는 이내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땡볕아래 칭얼대는 아이들을 쉬게할 나무 그늘은커녕 벤치가 어디에도 없었던 것. 왕씨는 깔고 앉을 신문지라도 찾아보겠다며 나선 아이들의 핀잔까지 들어야 했다. 결국 30분도 채 안돼 집으로 돌아간 왕씨는 노숙자들이 오지 못하도록 나무를 심지도, 벤치를 설치하지도 않았다는 얘기를 듣곤 혀를 찼다.

요즘 서울 도심의 모습이다. 청계천을 파헤치고, 도로 한가운데 버스전용차로를 만들고, 차도를 없애 공원을 조성하는 대역사가 계속되고 있지만 교과서에도 나오는 '시뮬레이션'(모의실험·운행)은 안중에도 없어보인다. '연습없는 실전'만이 존재했던 1970년대와 80년대 건설현장을 떠올리게 한다. 실전에서 패배를 몰랐던 이명박 서울시장에겐 시뮬레이션이 불필요한 과정이었기 때문일까.

올 하반기에는 서울의 버스노선이 대대적으로 개편되고 강남대로 등에도 중앙버스차로가 만들어진다. 시민들은 또 연습없는 실전의 후폭풍을 뒤집어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양홍주 사회2부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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