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서울외곽순환道 주변 자동차 매연으로 고통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서울외곽순환道 주변 자동차 매연으로 고통

입력
2004.05.06 00:00
0 0

"장독대를 열어두면 새카맣게 매연이 쌓여 도대체 된장 고추장을 먹을 수가 없어요." 경기 의왕시 청계동 주민들은 요즘 '도로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마을 위를 관통하는 서울외곽순환도로와 과천―의왕 고속화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이 내뿜는 배기가스가 교각 아래 마을로 고스란히 내려앉아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청계동사무소를 중심으로 반경 500m 안에 높이 30m 이상이나 되는 교각이 22개나 설치돼 '교각 숲'을 이루고 있다. 주민 박용화(48)씨는 "맑은 날도 빨래를 널어놓을 수 없고 아이들은 감기를 달고 산다"며 "청계산과 백운호수 등이 어우러져 경관이 빼어난 청정 마을이었던 곳이 도로와 자동차 공해 때문에 오염마을로 전락했다"고 안타까워 했다.

게다가 이 마을 위로 또다시 제2경인고속도로 판교 연결구간 등 3개 광역도로와 호남고속철도가 추가 건설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로 학의―분당 고속화도로와 과천―의왕고속화도로 확장계획 등은 주춤하고 있지만 다른 고속도로 건설과 호남고속철도 통과 계획은 여전히 진행돼 주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고속도로반대 주민대책위원회 박용철(54) 의장은 "주민들에게 도로는 생활을 편하게 하는 도구가 아니라 소음과 공해만 안겨준 흉물"이라고 말했다.

청계동과 도로 여건이 비슷한 의왕시 오전동에서 4일 오후 1시 측정한 미세먼지(PM10) 농도는 181㎍/㎥으로 하루 환경기준치 150㎍/㎥를 크게 초과했다.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산화질소(NO2) 농도도 지난해 연평균 0.04PPM으로 5년 전인 1998년의 0.017PPM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했다.

몇 년 사이 자동차 때문에 오염지역으로 전락한 곳은 의왕시만은 아니다. 전국 도로 가운데 차량 통행량이 가장 많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따라 시흥―과천―성남―구리 등 수도권 도시들이 거대한 대기오염 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공기 좋기로 소문난 과천시의 지난해 평균 이산화질소 농도는 0.035PPM으로 98년의 0.022PPM을 크게 웃돌았다. 올 3월23일 과천시 별양동에서 측정한 결과, 미세먼지 농도는 203㎍/㎥으로 하루 환경기준치 150㎍/㎥를 초과했다.

경기지방환경청이 서울 및 수도권 13개 도시의 지난해 대기오염도를 분석한 결과 이산화질소는 경기 광명시가 0.041PPM, 의왕시가 0.040PPM으로 서울(0.038PPM)보다 오히려 높았다.

서울의 지난해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70㎍/㎥인 반면 경기 시흥시는 76㎍/㎥이나 됐고, 평택시(72㎍/㎥) 안산시(72㎍/㎥) 구리시(72㎍/㎥) 등도 서울보다 높았다. 이들 도시는 연간환경기준치(70㎍/㎥)도 초과했다.

최기형 측정분석과장은 "급격한 도시개발과 차량 증가로 최근 수년 사이 서울 중심부보다 서울 남서부 외곽도시의 오염이 더 심해졌다"며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따라 연계 도로망이 갖춰지면서 자동차 통행이 급증한 것이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의왕시 과천시 등의 대기오염도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개통된 99년 이후 급격히 나빠진 점도 이를 잘 말해준다.

일산―부천―시흥―판교―구리―퇴계원을 원형으로 이어주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는 수도권 주요 신도시를 연결할 뿐만 아니라 인천공항고속도로 경인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 등과도 연계돼 차량 통행량이 급증하고 있다. 건설교통부 조사 결과,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2003년 하루 평균 교통량은 13만5,118대로 경부고속도로의 하루평균 교통량 8만3,118대보다도 많았고 중앙선 교통량 7만6,099대의 2배에 가까웠다.

일반 국도의 하루 평균 차량 통행량 1만1,434대와 비교하면 엄청난 수의 자동차가 매일 이 도로를 오가며 대기오염 물질을 뿜어댄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 나경호 연구원은 "산업화과정에서 많이 나왔던 아황산가스(SO2)와 일산화탄소(CO)의 경우 그동안 많이 개선됐으나 자동차에서 70% 이상 나오는 이산화질소와 미세먼지, 오존 등의 오염도가 증가한 것으로 보아 자동차, 특히 경유차 이동 증가가 외곽지역 대기오염 악화와 관계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전체 등록차량 132만4,027대 중 경유차가 49.8%를 차지했다. 도로에 쏟아져 나온 차량의 절반이 경유차인 셈이다. 2000년 경유차 비중이 33.1%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할 때 3년 사이 16.7% 포인트나 급증했다.

미국의 경유차 비중이 3%에 지나지 않고 일본(19%)과 독일(18%)도 우리나라보다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기 흐름도 좋지 않은 건물 밀집지역에서의 경유차 증가는 가히 놀랄만하다.

시커먼 경유차 배기가스에서 많이 나오는 이산화질소와 미세먼지는 사람이 숨쉴 때 폐로 들어가 기관지염이나 폐렴, 심하면 폐암까지 일으킬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단순한 호흡기 질환을 넘어서 영아의 사망을 늘리고 폐 발달을 저해, 나이가 들어서도 폐렴이나 기관지염에 잘 걸려 조기 사망으로 연결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의왕=김호섭기자 dre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