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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저기 금가루처럼 뿌려진 저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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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저기 금가루처럼 뿌려진 저것은

입력
2004.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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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 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대이고/ 엿듣고 있다'박목월 선생의 '윤사월'이다. 중학교 때 이 시를 읽으며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이 있었다. 모든 날짜를 음력으로만 챙기는 할아버지 덕분에 나는 윤사월이 어느 때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양력으로 환산하면 아무리 빨라도 오월 하순이거나 유월 초순이다. 높고 깊은 산도 송화가루가 이미 지나간 계절이다.

송화가루는 바로 지금이 제철이다.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둔 자동차 유리창에 노랗게 내려앉은 이것이 혹시 황사 먼지가 아닌가 오해받기도 하지만, 바람이 솔잎을 흔들고 지나갈 때마다 노란 금가루처럼 후두둑 흩날린다.

어릴 때 그것은 밤새 우물 위에 노랗게 내려앉기도 하고, 물을 대어놓은 논마다 날아와 바람에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리며 곡식도 없는 황금들판을 만들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볍씨를 담가놓은 함지 위에 내려앉은 송화가루다. 그것은 꼭 한해 농사를 축복하기 위해 볍씨 위에 뿌려진 금가루처럼 보였다. 내 농경의 추억은 늘 이렇게 원시적이고 자연적이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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