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국진(39), 아니 MC 겸 탤런트로 불러야 맞겠다. '과욕 아니냐'는 말을 들으면서도 꿋꿋이 연기에 도전해온 그가 이혼의 아픔을 딛고 새 출발하는 무대로, 17일 첫 방송하는 KBS 2TV 일일 시트콤 '달래네 집'(극본 최성호, 연출 김종윤)을 택했다. '달래네 집'의 무대는 동물병원과 애견 미용실. '달래'는 '행복가득 동물병원' 원장(김용건)네 집에서 기르는 1년생 골든 리트리버 암캐다. 김국진은 '동물 교배의 달인'인 수의사로 등장한다.
말 꼬리 잡기, 설(說) 풀기가 특기인데 애견 미용실 주인인 견미리의 애정공세를 받으며 간호사 김연주와 사귀다 원장 딸인 최자혜와 맺어지는 '여복'도 누린다. "너무 튀지 않으면서 편안한 웃음을 주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연구 많이 하고 있어요."
'달래네 집' 출연자 중에는 애견인이 적지 않다. 원장 사모님 김청은 골든 리트리버 두 마리를 키우는 소문난 애견인이고, 애견 미용실 직원 이광기는 스타애견클럽 회장이다. 김국진도 케이블TV 애완전문 '펫 채널'을 운영하는 어엿한 애완 사업가. 더구나 그는 어릴 적부터 바둑이, 불독, 치와와 같은 별명을 달고 살았다.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동물은 '애완'과는 거리 먼 호랑이란다. "눈빛부터 아주 멋있잖아요."
그는 시트콤 '연인들'에서 만나 백년가약을 맺었던 탤런트 이윤성과 지난 3월 협의 이혼했다. 한동안 '기자 기피증'을 앓았던 그이지만, 아직 아물지 않았을 상처를 건드리는 질문에도 담담하게 답했다. "이제 괜찮아요. 잠도 잘 자요. 서로 가치관이 달랐을 뿐 나쁜 감정이 없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만나든 반갑게 인사할 수 있을 거에요."
분위기를 바꿀 겸 연기자로서는 큰 약점인 '불량 발음' 문제를 꼬집었다. "저 발음 좋아요. 혀도 안 짧아요. 거울 앞에서 매니저와 혀 빼물고 길이를 대 봤다구요. 다만, 구강 구조가 남들과 좀 다를 뿐이죠." 장난기가 발동한 듯 너스레를 떨더니 "사실은 한 1년 간 가나마다라바라사…, 기니디리미비시…, 이런 글자들 종이에 가득 써놓고 가로로, 세로로, 대각선으로, 그리고 거꾸로 자꾸 읽으면서 엄청 연습했다"고 털어놓는다.
고생을 사서 하면서 연기를 고집하는 까닭은 뭘까. "연기가 의외로 제게 잘 맞아요. 연기를 정통으로 배우지 않아서인지 몰라도 살면서 쓰는 말투, 표정 그대로 쓰며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아요."
어설픈 '연기론'을 펼쳐놓은 게 좀 쑥스러웠던지, 얼른 "시트콤도 웃음을 주는 거니까 (본업과) 큰 차이가 없다"고 덧붙인다.
끝으로 팬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했더니 "재미있게 살아야죠"라고 짧게 답한다. 스스로 재미있게 살면서 남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면, 이 시트콤의 당초 제목('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처럼 그보다 더 좋은 삶이 어디 있겠는가.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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