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리모델링이 재건축을 대신할 새로운 대안으로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정부가 서울 강남 아파트 폭등의 진원지인 재건축 아파트에 대해 용적률 축소, 개발이익환수제 등 초강도 규제 조치 도입을 천명하면서 일부 재건축 단지의 경우 리모델링이 오히려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향후 리모델링 시장이 활성화할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3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해 이 달 중순 착공하는 용산구 동부이촌동 로얄아파트를 비롯해 현재 서울에서 건축심의를 마쳤거나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가 1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강남구 방배동 삼호아파트, 신사동 삼지아파트 등은 건축심의 및 착공승인을 마쳤고, 광장동 워커힐 아파트, 여의도 삼부아파트, 둔촌동 현대아파트 1차, 신길동 건영아파트 등은 사업설명회를 진행하며 시공사 선정을 추진 중이다.
아파트 리모델링을 내부 인테리어만을 개선하는 '대규모 개선 공사' 정도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최근 추진중인 리모델링은 내부 설계와 주차장 신설, 조경 개선은 물론이고 실제 생활 면적 평수도 최소 10%에서 최대 100%까지 넓히는 증축 개념을 기본적으로 담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아크로빌의 경우 전용 면적이 18% 늘었고, 동부이촌동 로얄아파트도 발코니를 늘려 평수를 10% 정도 늘릴 예정이다.
아파트 구조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어 복도식을 계단식으로 바꾸는 것이 최근 리모델링의 추세다. 지하 주차장이 없는 경우에는 새로 지하 주차장을 팔 수도 있다. 아파트 건물의 골조도 구조 보수·보강을 통해 신축과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튼튼하면서도 실용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실내 설계나 인테리어는 신축 아파트와 똑같은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아파트 리모델링은 기존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이 그대로 재입주 한다는 점에서 주민 공동체 의식이 신규 단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친밀하다. 구조나 설계면에서 신축 아파트나 다름 없기 때문에 리모델링이 끝나면 아파트 가격도 크게 오른다.
아파트 리모델링의 약점은 가구수를 늘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재건축은 가구수를 늘려 이를 일반 분양해 건축비를 충당하지만 리모델링은 거주민들이 전적으로 건축비를 부담한다.
예전에는 재건축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조합원 부담이 적었으나 정부가 용적률을 줄이고 소형 평형 의무 비율을 늘리는 등 규제를 강화해 이제는 재건축 조합원 비용도 리모델링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갔다.
이 달 면적이 10%가량 늘어난 로얄아파트 리모델링의 경우 거주자들은 평당 300만원 정도의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40평형의 경우 약 1억2,000만원을 부담한다. 이는 실제로 잠실 저밀도 지역 재건축 아파트의 조합원 추가 부담분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재건축의 수익성이 이제 리모델링 수준과 별반 차이가 없어진 것이다.
반면 리모델링은 건축 기간이 17개월 정도로 2년 반이 소요되는 재건축보다 빨라 금융 비용 부담도 적다.
더구나 정부가 올해 하반기부터 도입키로 한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가 실시될 경우 대다수 재건축은 리모델링을 할 때보다 조합원 부담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이 모두 리모델링이 유리한 것은 아니다. 용적률이 낮은 단지는 재건축이 아직 유리하다. 리모델링은 고급 주택 단지에 대형 평형이 몰려 있는 곳이 유리하다.
대림산업 양재길 리모델링 사업팀장은 "무조건 규제가 많은 재건축을 하기 보다는 사업 단지의 규모 등 여건에 따라 리모델링이 더 유리한 곳이 있으므로 사업 추진 전에 전문가를 통해 이를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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