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사태에 이어 최근의 경기침체로 직장에서 퇴출되거나 사업을 망친 30, 40대 가장들이 대거 범죄에 뛰어들고 있다.2002년 전체 형사사건 가운데 30, 40대의 범죄가 절반을 넘어서는 등 '가장들의 범죄'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충남 서산시에 사는 김모(52)씨는 부부싸움 끝에 아내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경비원 일을 하다 실직한 김씨는 경찰에서 "아내가 신용카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자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10월 김모(44)씨는 방송사 송신선과 전력공급선을 수차례 자른 혐의로 검거됐다. 여관과 공원 등에 누워 있으면 각종 전파 때문에 구역질이 나 잠을 잘 수 없었다는 게 이유였다. 김씨는 택시운전을 하다 IMF 때 실직, 공사판을 돌며 노동일을 하고 있었다.
5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02년 절도 사기 강도 등 전체 형사범 가운데 30, 40대의 범죄가 5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의 비율이 30%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은 40대(26%), 20대(22%), 10대 및 50대 이상(각 11%)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범죄는 1990년대 중반까지 25% 수준에 그쳤으나 98년 33.7%로 30%선을 처음 넘어선 뒤 99년 35.5%, 2000년 36.1%, 2002년 37%로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범죄 증가는 살인 강도 등 폭력성 범죄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살인 사건의 경우 90년대 중반까지 25% 이하였다가 98년 30.4%, 99년 34.7%, 2000년 37.4%, 2001년 40.1%로 급증하고 있으며, 3%대였던 강도 사건도 99년 5.4%, 2000년 7.1%, 2001년 8.9%로 늘었다.
이 같은 현상은 IMF 사태 이후 명예퇴직과 실업이 일상화된 데 이어 최근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생계형 범죄'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형사정책연구원 최인섭 범죄동향연구실장은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범죄 증가는 IMF 시대 원년인 98년 이후 뚜렷하게 늘고 있다"며 "이 연령층의 범죄를 막기 위해 복지확대와 무료 정신상담 등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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