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5월5일 만주 동강(東崗)에서 한인 사회주의자들을 중심으로 재만한인(在滿韓人) 조국광복회라는 반일 민족통일전선 조직이 결성됐다. 조국광복회 건설은 그 전해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7회 코민테른 대회가 세계 혁명운동의 새 전략으로 반파시즘 인민전선 노선을 채택한 데 이어, 중국 공산당이 조선 혁명의 독자성을 부분적으로 인정해 간도에 반일 통일전선당을 조직할 것을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동북인민혁명군 제2군과 제5군, 동만특위(東滿特委), 길동특위(吉東特委) 등 만주의 항일무장투쟁 세력은 1936년 2월 남호두(南湖頭)에서 책임자 연석회의를 열었고, 이 회의의 결정에 따라 인민혁명군 제2군을 새롭게 개편한 동북항일연군 제2군의 당정간부회의가 5월5일 조국광복회 결성을 결의했다. 다음 달 10일 오성륜·엄수명·이상준 명의로 공포된 조국광복회 10대 강령은 광범한 반일통일전선 실현을 통한 조선 인민정부 수립, 중국 영토 안에 사는 조선인의 민족자치 실현, 일본군·헌병·경찰 및 그 주구의 무장 해제와 조선 독립 투쟁을 위한 혁명군대 조직, 일본국·일본인·친일분자들의 재산과 토지 몰수,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쟁취, 봉건적 신분 철폐 및 남녀·민족·종교의 차별 없는 인륜적 평등 제고, 노예노동과 노예교육의 철폐 및 우리말·우리글 교육 실시, 8시간 노동제 실시를 비롯한 노동 조건 개선, 조선 민족을 평등하게 대우하는 민족 및 국가와의 친밀한 연합 등을 내걸었다.
조국광복회의 활동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이 단체의 국내 조직인 조선민족해방동맹이 1937년 6월4일 김일성의 지휘 아래 동북항일연군 제1군 제6사와 연계해 함북 갑산군 혜산진 보천보 일대를 잠시 점령한 보천보 전투일 듯하다. 북한의 공식 문헌들은 조국광복회의 결성과 활약상 전부를 김일성의 공으로 돌리고 있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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