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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사라져가는 간이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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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사라져가는 간이역에서

입력
2004.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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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시대다. 부산에서 2시간 반이면 서울에 도착한다. 이제 지상에서 달리는 것 중에 가장 빠른 것이 기차다. 한 달 내내 이용하기가 비싸서 그렇지 대전쯤이면 서울로, 혹은 부산으로 출퇴근하지 못할 것도 없다.중고등학교 때 아침마다 기차를 타고 강릉으로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있었다. 멀리서는 북평 묵호에서 오고, 가깝게는 안인, 정동진에서 왔다. 정동진은 한때 은성하던 탄광지대여서 다른 곳보다 통학생이 많았다. 학교마다 통학반장이 있었고, 선후배 사이에 기차 안에서의 규율도 제법 셌다.

그때 강릉과 정동진 사이에 '시동'이라는 작은 역이 있었는데 말 그대로 간이역이었다. 작다는 이유로만 간이역이 아니었다. 오고 가는 기차가 서로 비켜 지나갈 교행선도 없이 외길 기찻길 옆에 임시 역사를 세워놓고 표를 끊어주던 역무원 한 사람만 근무하던 간이역이었다.

효율과 실질을 앞세워 수인선의 협궤열차도 없어지고, 그런 간이역도 없어지고, 그 위를 달리는 것은 오직 빠른 기차뿐인 세상이 되었다. 역마다 서던 비둘기호가 없어지고, 통일호가 없어지고. 이제 그 시절에 대한 우리의 추억은 어느 간이역, 어느 대합실에 가면 다시 마주할 수 있을까.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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