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아테네 올림픽(8월13∼29일)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고대 올림픽과 1896년 근대 올림픽의 발상지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는 전세계 201개국에서 1만6,000여명이 참가, 28개 종목 301개의 금메달을 놓고 뜨거운 경쟁을 펼친다. 세계 10강 진입을 목표로 세운 한국의 태극 전사들은 아테네 하늘에 '태극기를 휘날릴' 날을 꿈꾸며 오늘도 비지땀을 쏟고 있다. 올림픽에 등장할 깜짝 스타와 예상 성적을 가늠해 본다./편집자 주
■ 깜짝스타 후보 누군가
한국이 올림픽 강국으로 발돋움을 시작한 1984년 LA올림픽이후 한국은 매 대회 깜짝스타를 배출해 왔다. 서향순 윤미진 여갑순 등 무명들이 보여준 인생반전의 드라마는 올림픽의 빼놓을 수 없는 묘미이자 한국이 올림픽에서 10위권을 유지해온 원동력이었다. 이번 아테네올림픽 역시 깜짝스타들의 활약으로 10강에 재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가장 주목 받는 깜짝스타는 '겁없는 고교생 총잡이' 천민호(경북체고). 이제까지 여자 선수들이 강세를 보여왔던 공기소총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남자 신데렐라'다. 천민호는 지난달 25일 프레올림픽으로 열린 2004국제사격연맹(ISSF) 아테네월드컵사격대회 남자공기소총 정상에 오르며 금메달 유망주로 떠올랐다. ISSF가 "17세로 중요한 국제대회에 처음 나선 천민호가 본선에서 599점을 쏜 것은 각국의 출전 선수들과 코치들은 물론이고 그 자신조차 믿기 어려운 일"이라며 극찬했을 정도.
1992년 바르셀로나에서 여갑순(여자공기소총)과 이은철(소구경소총 복사)이 금메달을 목에 건 이후 금맥이 끊긴 한국사격은 천민호를 앞세워 12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의 희망을 부풀리고 있다. 특히 천민호는 지난달 10일 국가대표 4차 선발전에서 국내 최초로 꿈의 기록인 600점 만점을 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처녀 헤라클레스' 장미란(원주시청)도 파란을 연출할 가능성이 높다. 장미란은 지난달 12일 국가대표 선발전 여자부 무제한급(75㎏이상) 용상에서 170㎏을 들어올려 한국여자역도 사상 처음으로 비공인 세계신기록을 세운 주인공. 인상에선 130㎏을 성공, 합계 300㎏의 세계타이기록을 덧붙였다. 100일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노리기에 충분한 성적이다. 92년 바르셀로나의 전병관 이후 노메달에 머문 국내 역도계는 장미란의 등장으로 금메달의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다.
배드민턴의 전재연(한체대)도 돌풍의 핵으로 지목된다. 지난달 25일 말레이시아에서 끝난 아시아선수권에서 세계랭킹 5위인 홍콩의 왕첸을 꺾고 우승한 전재연은 여자단식에서 96애틀랜타올림픽 금메달을 딴 방수현 이후 처음으로 국제대회 정상에 오르는 쾌거를 이룩했다. 지난 겨울 지옥훈련으로 파워를 보강하고 스매싱을 업그레이드시킨 전재연은 "남은 3개월여동안 상승세를 유지, 반드시 금메달을 획득해 하늘에 계신 부모님께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남자유도 60㎏의 최민호(창원경륜공단)도 아테네의 다크호스로 떠오른다.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일본의 노무라 다다히로(30)가 버티고 있어 장담할 순 없지만 일본 언론으로부터 다다히로의 최대 라이벌로 집중 조명 받고 있다. 이밖에 여자마라톤의 이은정, 탁구 여자복식의 김경아―김복래조, 사상 첫 메달에 도전하는 올림픽축구대표팀도 세계를 깜짝 놀랠 후보로 꼽히고 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 외국인 코치들도 비지땀 "올림픽 정신앞에 국적없어"
'국적은 중요치 않다. 오직 기록과 승리를 향한 도전, 그것이 올림픽 정신이다.' 피부색도 이념도 국경도, 그 어떤 장벽도 다 뛰어넘는다는 올림픽의 이상을 몸소 실천하는 이들이 있다. 아테네올림픽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하고 있는 한국대표팀과 함께 땀방울을 쏟고 있는 외국인 코치들이다. 이들은 애국심이 아닌 '땀의 가치' 하나만을 믿고서 낯선 한국 선수들과 동고동락중이다.
외국인 코치를 영입, 최근 성과를 톡톡히 본 종목은 경보. 2003년 3개월간 순회 지도했던 전 폴란드 국가대표 감독 부단 부라코브스키(53·사진 왼쪽)씨를 올 1월 재초청해 최근 독일에서 열린 세계경보컵대회서 김동영이 50㎞ 종목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A기준기록을 통과하며 아테네행 티켓을 획득했다. 육상연맹 관계자는 "경보는 자칫하면 룰을 위반, 실격하기 쉬운데 부라코브스키 코치가 파울을 범하지 않고 경주할 수 있는 폼을 전수했다"고 평가했다. 세계최강인 복식과 달리 단식에서 약한 면모를 보여온 배드민턴은 단식 강국 중국 코치를 불러들였다. 99년부터 5년째 태릉에서 선수들과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리마오(46·오른쪽) 코치는 성한국 코치와 호흡을 맞춰 남녀 단식의 이현일과 전재연 조련에 열성이다.
올해 두 선수가 확실한 상승세를 타며 올림픽 메달을 노리게 된 것도 1990년대 후반 중국팀을 이끌며 세계최고 선수들을 길러낸 리 코치의 지도력에 힘입은 결과다.
유럽세와 일합을 겨뤄야 하는 펜싱도 구 소련 대표팀 감독 출신의 오크타이 샤흐베르디예프(57·아제르바이잔) 코치가 지난해부터 대표팀의 칼끝을 담금질하고 있다.
/주훈기자 nomade@hk.co.kr
■ 한국선수단 목표
'여자 공기소총에서 첫 금메달 낭보를 전하고 이봉주의 마라톤 월계관으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한국선수단이 그리는 2004 아테네올림픽(8월13∼29일) 금메달 획득 시나리오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종합 12위(금 8개)에 그쳤던 한국은 이번에는 금 13개로 세계 10대 스포츠 강국에 재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금 13개는 1988년 서울올림픽(랭킹 4위) 및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랭킹 7위)에서 수확했던 금 12개를 넘어선 역대 최다 목표.
태릉선수촌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 태권도에서 최소 3개의 금메달을, 전통적인 메달밭인 양궁과 레슬링에서 각각 2개 이상의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유도 배드민턴 탁구 사격 체조 펜싱 등에서도 각각 1개씩 예상한다. 최소 금메달 9개의 확보는 이미 안정권에 들어섰다고 본다.
한국은 대회 첫날 여자 공기소총과 펜싱 여자 에페에서 나란히 금메달 1개씩을 따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종주국의 자존심이 걸린 태권도에서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인 문대성(삼성에스원·80㎏급)과 이원재(가스공사·68㎏급), 여자의 경우 김연지(한체대·67㎏급)와 장지원(에스원·57㎏급) 등이 금메달 3개 이상을 휩쓸 것으로 보인다.
양궁에서는 4개의 금메달 중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최소 2개, 많게는 싹쓸이까지 노린다. 레슬링 역시 문의제(자유형 84㎏급)와 김인섭(그레코로만형 66㎏급) 임대원(55㎏급·이상 삼성생명)이 최소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도에서는 지난해 오사카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랐던 이원희(73㎏급)와 황희태(90㎏급·이상 마사회) 최민호(60㎏급·창원경륜공단)가 금빛을 메칠 가능성이 크다. 이밖에 배드민턴에서는 세계 최강의 혼합 복식조인 김동문(삼성전기)―나경민(대교눈높이)조의 우승이 확실하고, 양태영(경북 체육회)과 조성민(전북도청)이 출전하는 체조 평행봉과 도마에서도 첫 금메달 소식을 기다린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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