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3일 회담에서 합의한 국민소환제를 놓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특히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는 헌법 개정 사안임에도 충분한 검토 없이 합의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의원들은 취지는 좋지만 도입된다 하더라도 정쟁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소환제란 선거에 의해 선출된 공직자 중에서 유권자들이 부적격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임기가 끝나기 전에 투표를 통해 파면시키는 제도다. 우리당은 이를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발의와 소환 요건에 대해서도 주민 10% 발의와 투표자 50%의 찬성으로 '파면'토록 하는 대략적인 얼개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민소환제 도입을 위해서는 법률제정이 아니라 개헌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학설이 많다.
김철수 명지대 석좌교수는 "헌법에 임기가 보장된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는 헌법개정 없이는 불가능 한 것"이라며 "정치권이 이에 대한 검토 없이 포퓰리즘적으로 합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대의민주주의제를 채택한 우리 헌법은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국민투표제 한가지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며 "법리적으로 국회의원 소환제를 도입하려면 대통령에 대한 소환제도 같이 도입해야 하며, 이는 헌법 체계를 뜯어고치는 셈이 된다"고 설명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대 교수도 "대통령 재신임 국민투표가 가능한가라는 논란이 일 때도 우리 헌법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있었다"면서 "국민소환제 역시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 도입할 때엔 위헌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윤명선 경희대 법대 교수 역시 "대의제가 원칙인 우리 헌법에서 위임하지도 않은 국민소환제를 법률로써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를 차치하더라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당 내에서도 많다. 신기남 의원은 "도입 원칙에는 찬성하지만 잘못하면 싸움 정치를 유발하는 도구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 만큼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 제1정조위원장인 이강래 의원도 "반대파가 의원을 끌어내리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며 "엄격한 요건 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도 "국회의원이 보통 30∼40%의 지지율로 당선되는데 반대자 10%의 서명을 받아 투표자 과반수로 파면을 결정할 경우 살아남을 국회의원이 얼마나 되겠냐"고 우려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