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소아암과 힘겹게 싸우고 있는 어린 환자와 가족들에게 반드시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해주고 싶어요."급성림프구성 백혈병이라는 병마와 싸워 이겨낸 박세희(21·여)씨는 12일부터 유럽 최고봉인 러시아 코커서스의 엘부르즈 (해발 5,642m) 등반에 나선다. 박씨의 이번 등반에는 그와 마찬가지로 백혈병을 딛고 일어선 다른 한국 청소년 4명, 러시아 청소년 2명이 함께 참가한다. '희망원정대'라는 깃발을 든 이번 엘부르즈봉 도전에는 산악인 허영호(50)씨가 동행해 등정을 인도하게 된다. 13박14일의 이번 대장정은 백혈병·소아암을 극복한 청소년들에게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는 한편 투병 중인 어린이들에게는 병마와 싸워 이길 수 있다는 의지를 심어주기 위해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가 마련했다.
평소 등산과 거리가 멀었던 박씨가 지난달 초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로부터 원정대 참여 제안을 받고 선뜻 수락한 것은 자신이 겪었던 병을 앓고 있는 투병 환자들에게 작은 용기를 심어주자는 뜻에서였다. "원정대 참여 제안을 받자마자 5년 전까지 백혈병 환자로서 병상에 누워있던 저 자신의 투병시절이 머리 속을 스쳐가던군요."
박씨가 백혈병 진단을 받은 것은 여중 1학년 때였던 1996년 추석날. 몸 상태가 좋지않아 병원을 찾았더니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이란 청천벽력 같은 진단결과가 나왔다. 박씨는 "백혈병이 무슨 병인지도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항암 치료를 받으며 매일 한 주먹 가득히 빠져나가는 머리카락을 보며 한없이 울었던 기억을 절대 잊을 수 없다"고 회고했다.
절망에 빠졌던 박씨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가족과 주변 친구들의 도움. 박씨는 "3년여 힘겨운 항암 치료를 꿋꿋이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병상 곁에서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잃지않게 격려해준 덕분"이라며 "이제 이들에게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병상에 누워있는 친구들에게도 작은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등반에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매일 3시간씩 학원에서 간호조무사 수업을 받고 있는 박씨는 '한국의 나이팅게일'을 꿈꾸고 있다. 그는 "나처럼 아팠던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간호사가 되려고 공부를 하고 있으며 기회가 되면 대학에 진학해 간호학을 좀 더 체계적으로 배워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씨는 "여태껏 오른 산 중에 가장 높은 산이 계룡산이지만 반드시 엘부르즈 정상 정복에 성공해 새 생명에 대한 희망의 깃발을 휘날리고 오겠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황재락기자 find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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