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서 살림살이를 하면서 엄한 아버지 밑에 있는 어머니가 그러하듯 현실과 많이 타협했습니다." 2002년 대선을 전후해 기업들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사진)씨가 4일 법정에서 속죄의 눈물을 흘렸다.안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김병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노 대통령과 자신의 관계를 염두에 둔듯 최후진술을 통해 이같이 말한 뒤 "현실과의 타협이 우리가 극복하고자 했던 낡은 과거 정치와는 다른 것이라 생각했지만 새로운 대한민국에서는 이것도 불법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며 "대통령께 누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안씨는 "과거 민주화 운동과 야당 생활을 하면서 꼭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다보니 타협했지만 출세를 위해 이기려 한 것은 아니다"며 자신의 행위를 변호하기도 했다. 안씨는 "저를 엄하게 벌하셔서 승리자도 법과 정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제가 새로운 대한민국의 출발을 감내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는 것으로 최후 진술을 마쳤다.
대검 중수부(안대희 부장)는 이날 공판에서 "겉으로는 386세대의 대표자로 자처하면서 속으로는 기업에서 검은 돈을 받아 상당 부분을 개인적으로 유용하는 등 과거 정권 실세들과 다를 바 없는 피고인에게 도덕적 우월감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며 안씨에 대해 징역 7년에 추징금 51억9,000만원을 구형했다.
/김지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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