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의 푸르름 속에 82회 어린이날을 맞는다. 겨레의 선각자들은 암울한 일제시대에 어린이날을 정하고 뜻을 새겨 왔다. 나라와 겨레의 앞날을 이어나갈 어린이가 바르고 슬기롭고 씩씩하게 자라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 돌아보는 그 날이 밝지만은 않다. 너무 어둡고 우울하다. 아동학대가 증가하는 반면, 불우아동을 돕기 위한 후원금은 감소하고 있다. 사회가 거칠게 메말라 가고 있다.중앙아동학대예방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3,536건이다. 아동학대는 2002년에 13%, 2003년에는 20%가 늘어나면서 갈수록 증가추세다. 지난해 잠재위험 사례도 343건이나 됐다. 의식주를 제공 않거나 교육·의료적으로 돌보지 않는 방임이 가장 많았고, 신체학대 다음 욕을 하는 정서학대가 뒤를 이었다. 가해자는 주로 친부모였다. 그들의 '내 자식은 내 마음대로 한다'는 몰상식이 아직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7월부터 개정 아동복지법이 발효돼 상습적 아동 학대자를 형량의 50%까지 가중처벌토록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친부모의 아동학대는 상당부분 경제난과 관련이 있다. 정부는 특히 저소득층의 자녀에 대해 자상한 관심을 갖고, 양육비와 보육료 지원을 기초로 한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가동해서 아동에 대한 사회 안전망을 넓게 펼쳐야 한다.
안타깝게도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민간 아동복지시설 후원금도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관련 단체들에 따르면 '형편이 안 좋아 당분간 후원을 못할 것 같다'는 전화가 계속 걸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 만큼 정부가 감당할 부분이 커진 셈이다. 정부는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지속적 캠페인을 벌이고, 가정폭력 예방에 보다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나라의 미래는 언제나 어린이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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