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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씁쓸한 "숨바꼭질 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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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씁쓸한 "숨바꼭질 회동"

입력
2004.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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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민주노동당 사무총장과 현명관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그리고 기자들은 4일 오전 내내 숨바꼭질을 해야 했다. 두 사람이 이날 오찬 회동을 하기로 했지만 장소가 극비에 부쳐졌기 때문이다. 소동의 진원지는 회동을 먼저 제안했던 전경련이었다. "당사에서 만나자"는 민노당 제안에 전경련은 "언론에 공개될 수 있다"며 다른 장소를 제안했고, 이 장소가 언론에 새나가자 회동 1시간 전에 민노당에 또 다른 장소를 통보하는 촌극을 벌였다. 심지어 전경련은 "대화 내용에 대한 언론 브리핑은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민노당의 제의마저 거부하다 마지 못해 허락했다. 이날 숨바꼭질은 기자들의 승리로 돌아갔지만 전경련이 회동 공개를 그토록 꺼린 이유를 알고 보면 씁쓸함은 더하다.전경련 관계자는 "모르는 사람끼리 알고 지내자는 단순한 상견례에 불과한데, 왜 장소를 공개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독재정권 시절 불법 운동권 조직과 접선 하듯 1, 2차 장소까지 정해가며 기자들을 따돌린 이유치고는 너무 궁색하다. 본 게임(국회 개원)도 시작되기 전에 전경련이 민노당 '공격수'로 나섰다는 소리를 듣기가 부담스러웠던 것일까. 민노당을 만나기는 해야겠는데 정식으로 실체를 인정하기는 싫은 복잡 미묘한 심리 때문이었을까.

전경련이 열린우리당, 한나라당을 만날 때처럼 공개적으로 민노당을 만나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 민노당은 제도권으로 들어온 엄연한 원내 제 3당 아닌가.

그렇다고 전경련과의 숨바꼭질 만남에 맞장구를 친 민노당의 행위도 칭찬받을 일은 아니다. 기회 있을 때마다 정치인들의 '잠수함 타기'를 비판해 온 것이 민노당 아니었던가.

/유병률 산업부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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