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지도부는 차기 총리 후보로 유력하게 검토해온 김혁규 전 경남지사 카드를 계속 밀고 간다는 입장이다. 김 전 지사에 대한 한나라당의 반발 기류를 이미 예상했다는 게 여권의 반응이다.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4일"한나라당이 김 전지사에 대해 불쾌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어느 정도 예상했다"면서 "결정적 흠결이 드러나지 않는 한 총리 후보를 교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등이 "이런 사람(김 전지사)을 총리로 거론하는 것은 상생의 정치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데 대해 여권은"상생의 정치를 위해서는 야당이 총리 임명에 제동을 걸지 않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는 말을 아끼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누구를 총리 후보로 검토한다고 밝힌 적도 없는데, 야당의 말에 무슨 대응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당사자인 김 전지사도 한나라당 공세를 반박하며 총리직에 대한 의욕을 내비쳤다. 김 전지사는 SBS 라디오에 출연해 한나라당의 '배신자 출세 불가론'에 대해 "자기들이 한 일은 모두 옳고 남이 한 일은 전부 이해 못한다는 얘기"라며 지난 대선 때 자민련 소속 이원종 충북지사와 민주당·자민련 의원 등을 영입한 한나라당의 과거사를 겨냥했다.
김 전지사는 기자들과 만나 "국가적으로 필요한 인재가 있다면 대통령과 동향이냐 아니냐를 문제 삼아선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도 "한나라당 영남지역 의원들이 재·보선을 의식해 당내에서 그런(김 전지사 반대) 목소리를 낸다는 소식이 언론에 실려 있더라"며 김 전지사를 엄호했다.
여권 핵심부는 영남 출신인 김 전지사에게 중책을 맡길 경우 열린우리당의 전국 정당화에 기여할 뿐 아니라 정동영 의장, 김근태 대표 등의 대선주자군 관리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새로운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을 경우 국회 동의를 얻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김 전지사 카드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 주목된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책임총리제에 걸 맞는 인물이 임명돼야 한다"며 "대통령 방파제 역할을 할 사람이 총리를 맡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여권 내부에서는 고건 총리 유임론과 함께 조세형 전 주일대사, 한명숙 전 환경장관 등 대안론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도덕성 철저 검증" 벼르는 한나라
한나라당은 4일 총리설이 나도는 김혁규 전 지사의 청렴성과 도덕성에 대한 검증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전날 '배신자 불가론'을 제기한 데 이어 이날 김 전 지사에 대한 본격적인 공세의 포문을 연 것. 전여옥 대변인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 브리핑을 통해 "과연 그런 사람이 총리의 자격이 있는지 청렴성과 도덕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해보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이 내정도 되기 전부터 김 전 지사에 대해 검증을 나서겠다는 것은 김 전 지사가 이날 아침 라디오 방송에 출연 "중요한 역할을 할 사람의 적합도를 논의하려면 능력, 경륜, 청렴도를 거론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의 '불가론'을 반박한 데 대한 대응이다. 또 김 전지사가 실제로 총리에 내정될 경우 임명 동의안을 부결시킬 방법이 마땅찮은 상황에서 아예 내정 자체를 막겠다는 계산이다.
전 대변인은 구체적인 검증 방법은 밝히지 않았지만 "3번이나 공천을 줬기 때문에 그에 대해선 당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당으로 각종 제보도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또 "김 전 지사를 3번이나 한나라당에서 공천한 것을 국민 여러분께 사죄드린다"면서 "사죄차원에서라도 국민의 편에서 김 전 지사의 과거를 점검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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