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 미국 시카고 아트페어에 내가 일하는 화랑이 참가한다. 7명 참여 작가의 작품 80여 점을 출품했다. 이들 중 2명의 작가가 오프닝에 참석하러 시카고에 갈 예정이었다. 하필 2명 모두 미국 여행이 처음이라 여권 만들랴, 비자 서류 준비하랴 부산을 떨었다. 두 작가의 비자 발급을 위한 인터뷰가 같은 날에 있었다."소득세를 납부한 적이 없는데 직업이 없는가?" "작가다." "당신이 작가인지 어떻게 믿나." "아트페어 도록에 나온 작품이 내 작품이다." "못 믿겠다. 한 번 그려봐라. 똑같이 못 그리면 당신은 작가가 아니다."
먼저 인터뷰한 작가는 20대 중반, 직업은 작가지만 공인된 직장도 고정적인 소득도 없다. 대사관 안에서 그림까지 그렸지만 떨어졌다. 다른 작가는 40대 후반, 역시 직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환경조형물을 몇 건 해서 소득세를 제법 냈다. 다행히 비자가 발급됐다. 물론 영어로 인터뷰했지만, 전해들은 대강의 내용이다. 여권, 비자 발급을 대행한 여행사는 인터뷰에 떨어진 작가는 직장과 소득이 없는 것이 큰 이유였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미국 비자 받기가 쉽진 않다고 들었지만 단순 여행도 아니고 작가의 전시 참가, 더구나 인터뷰에 떨어진 작가는 혹시 하는 마음에서 아트페어 주최측의 초청장까지 받아 놓은 터라 비자 발급이 안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불법체류 예방 차원이라지만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진다. 까다로운 비자 발급이나 지문 날인 같은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보면서 화가 치밀어 오른다. 가난한 작가는 미국도 못 가나? 대다수의 예술가들이 가난할 수밖에 없는 한국 정부의 미술문화 정책을 탓하는 것은 내가 너무 오버하는 것인가?
올해 12월에는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바젤아트페어에 참여한다. 이번에 인터뷰에 떨어진 작가가 그때는 소득세를 조금이나마 낼 수 있게 되고, 무사히 비자를 받아 미국행 비행기에 같이 탈 수 있게 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윤태건 카이스갤러리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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