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당을 따로 하는지 모르겠다."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양당 대표회담을 열어 협약문을 발표한 것을 놓고 민주노동당 김종철 대변인이 불쑥 내뱉은 말이다. 회담의 의제나 합의내용이 모두 일반적이어서 특별히 서로 다른 의견을 지닌 세력간의 치열한 논의의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같은 비판의 이면에는 17대 총선 이후 명실공히 3당으로 부상한 민노당을 배제한 것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
이날 아침 당선자회의에서 노회찬 사무총장은 "전국적으로 13%의 지지를 고르게 받은 민노당을 배제하는 것은 국민들의 개혁 요구를 피해나가려는 것"이라며 "정치개혁을 말하면서 민노당을 대화 상대로 삼지도 않는 것은 진보세력인 민노당의 등장으로 위기의식을 느낀 양 당이 독점체제를 강화하려는 기도"라고 지적했다.
민노당은 대표회담 후 논평에서도 빈부격차 완화, 비정규직 차별 철폐, 쌀수입 개방, 이라크 파병 등에 대한 별다른 논의가 없었던 점을 지적한 뒤 "민노당을 배제한 회담을 진행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민노당이 이처럼 다소 강경한 입장을 표명한 것은 무엇보다 제도권 내에서 진보세력의 목소리를 적극 대변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10명의 의원만으로는 개혁입법을 추진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자칫 정치권이 양강 구도로 흘러갈 경우 우리당이 진보세력의 대변자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민노당이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완화할 것과 정치권·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제2의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 구성을 거듭 제안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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