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빔 벤더스 감독 "더 블루스―소울 오브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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빔 벤더스 감독 "더 블루스―소울 오브 맨"

입력
2004.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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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인기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음악은 절대적이다. 그의 소설 주인공들은 언제나 불쑥 재즈와 비틀스를 듣는다. '차가 언덕을 막 올랐을 무렵, 라디오에서는 마일즈 데이비스의 '카인드 오브 블루'가 흘러나왔다….' 하루키의 표현대로 "소설에서 언급한 음악을 독자가 알고 있는 경우, 그 이미지는 들끓기 시작"하는 것이다. '베를린 천사의 시'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빔 벤더스 감독도 마찬가지다. 그에게 음악이란 그 자체로서 하나의 거대한 서사시이자, 세상을 투영하는 투명한 유리창이다.

'더 블루스―소울 오브 맨(The Blues―The Soul of A Man)'은 빔 벤더스 감독이 블루스에 바치는 헌사다. 한국인에게는 재즈보다 더 멀게 느껴지는 블루스, 흑인 노예 시절부터 전승돼 온 그 슬픔과 고뇌와 절망의 노래를 다시 끄집어냈다. 1999년작 '부에나비스타…'가 세상을 언제나 긍정적으로 보려 한 쿠바 음악을 재발견했다면, 2003년작 '더 블루스…'는 모순과 불만과 억압의 세상에 대해 절규한 블루스를 되살려냈다.

영화는 정교한 다큐멘터리다. 어느 게 재현한 화면이고, 어느 게 실제 기록화면인지 구분이 안 간다. '영화를 사랑한 독일인 학생이 영화감독이 됐다'는 감독 자신에 대한 설명도 나오고, 한 흑인 블루스 맨의 연주 실황을 녹음한 스웨덴 노(老) 부부의 인터뷰도 삽입됐다. 카산드라 윌슨, 루 리드 같은 요즘 가수들의 공연 장면도 나오고,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분노와 확신에 찬 연설 장면도 나온다.

주인공은 3명. 모두 초창기 블루스의 선구자들이다. 텍사스 출신의 맹인 가스펠 싱어 블라인드 윌리 존슨(?∼1947), 암으로 죽은 기타리스트 겸 가수 스킵 제임스(1902∼1969),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실제 연주 실황이 남아있는 주인공 J B 르누아르(1926∼1967). 존슨과 제임스는 연주 실황이 필름으로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각각 크리스 토마스 킹과 케이스 브라운이라는 배우가 연기했다. 영화는 이렇게 과거와 현재, 흑백과 칼라 필름을 오가며 블루스의 세계를 활짝 열어 젖힌다.

빔 벤더스 감독은 그러나 이들 위대한 블루스 연주가의 삶을 회고하고 기록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그들이 개척한 블루스라는 음악의 면면이 요즘 가수들인 카산드라 윌슨과 루신다 윌리암스 등을 통해 전해 내려오고 있음을 역설한다. 고인들이 부른 '더 소울 오브 맨(The Soul of Man)' '베트남 블루스(Vietnam Blues)' '데블 갓 마이 우먼(Devil Got My Woman)' 등은 지금도 세상과 말을 걸고 있음에 방점을 찍는다. 그리고 그 세상이란 KKK단이 흑인을 무참하게 죽이고, 베트남에서 죄없는 인민이 살해당한 그런 세상이다. 블루스라는 음악이 절규를 넘어 새롭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음악과 기록과 인터뷰가 뒤범벅된 이런 다큐멘터리로 관객의 목구멍에 뜨거운 뭔가가 울컥 치밀어오르게 만드는 것을 보면 감독의 재능이란 타고나는 모양이다. 전체 관람가. 14일 개봉.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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