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성인전용관]성적 상상력의 미덕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성인전용관]성적 상상력의 미덕

입력
2004.05.04 00:00
0 0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사진)은 일흔 살 넘은 노인의 것이라고는 믿기 힘든(반대로 연륜의 힘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자유로운 생각이 빛나는 영화다. 성욕을 느끼면 몸에 물이 차는 여자, '5분 대기조'처럼 기다리고 있다가 그녀에게 문제가 생기면 달려가는 남자, 섹스를 해야만 몸에서 물이 빠지는 여자, 그리고 마치 생명수와도 같은 그녀의 물. 욕망이 쌓여가도 제대로 풀기는커녕 거의 사리가 될 때까지 금욕 아닌 금욕의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붉은…'은 마치 교훈적인 동화와도 같은 영화다.이 영화가 관객의 가슴 속에 파고드는 비법은 바로 성적 상상력. 켜켜이 먼지 쌓인 우리의 굳은 사고는 뒤통수치듯 달려드는 그 상상력 앞에서 천지개벽하는 듯한 개안(開眼)의 순간을 경험하곤 한다.

영화에서 성을 이야기할 때 기발한 상상력을 결합하는 방식은 꽤나 애용되었던 아이템이다. 문제는 그 내공과 수준이다. 여기서 잊을 수 없는 것 하나가 있다면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그녀에게'에 삽입된 흑백영화 장면. 이 영화엔 가상의 영화인 '애인이 줄었어요'라는 영화가 끼어드는데, 애인이 개발 중인 약품의 피실험자인 남자는 거의 손가락만한 크기로 줄어버렸다. 애인의 거대한 자궁 앞에 선 남자. 그는 그녀의 몸 속으로 들어가며 사라진다. 한국 개봉 당시 혹시 심의에서 잘릴지도 모른다고 은근히 걱정했던 장면이지만 그 '거대한 성기 노출' 앞에선 감히 가위를 들 수 없었다.

'달과 꼭지'도 무한한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하는데, 방구에 불 붙이는 건 정말 놀라운 파워. 우디 앨런의 '섹스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것'은 온갖 섹스 트러블에 대한 옴니버스 영화인데, 마지막 에피소드에 정자로 등장하는 우디 앨런의 모습은 정말 압권이다. 섹스 상황이 임박해 출동 명령은 받은 한 마리 정자는 혹시 마스터베이션이 아닐까 의심하기도 하고 콘돔에 갇힐지 모른다고도 생각한다. 결국 몸 밖으로 나가는 앨런. 오… 가엾은 정자여.

애니메이션 또한 성적 상상력의 보고다. '난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의 변화무쌍한 그림들은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요지경이다. 양영순의 원작만화를 옮긴 '누들 누드'의 각 에피소드는 정말 기발하다는 생각밖엔 안 드는데, 만화책의 정적인 느낌이 움직이는 그림으로 변하면서 생겨난 섹슈얼 역동감이 꽤 괜찮았다.

이외에도 '세크리터리'의 귀여운 사도마조히즘이나 '크래쉬'의 금속성 섹슈얼리티도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성적 상상력의 제왕은 먼 곳이 아닌 바로 우리 곁에 있는 것 같다. 바로 '변강쇠'. 정사할 때 경천동지가 일어나고 오줌으로 폭포수를 만드는 설정이 세계영화사를 통틀어 과연 있었던가? 진정 절륜한 경지가 아닐 수 없다.

/김형석·월간스크린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