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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분신사바"로 돌아온 김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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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분신사바"로 돌아온 김규리

입력
2004.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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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리(25)가 돌아왔다. 공포영화 '가위' 이후 4년 만의 스크린 나들이다.이번에 그녀가 고른 작품은 '가위' '폰'으로 유명한 안병기 감독의 세 번째 공포영화 '분신사바'. 7월에 개봉할 이 작품은 전학을 간 여고생이 따돌림을 당하자, 분신사바라는 귀신을 불러내는 주문을 이용해 자신을 괴롭힌 학생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이다. 그녀는 사건을 미궁 속으로 빠뜨리는 미술교사 은주 역을 맡아 '호러 퀸'의 자리를 노린다.

"안 감독 작품을 좋아해 출연을 결심했어요. 모두 재미있게 봤거든요. '가위'에 이어 두 번째 함께 하는 작업인 만큼 편한 것도 있고요. 무엇보다 내용이 탄탄해요. 특히 은주라는 캐릭터는 굉장히 미스터리한 존재이어서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93년 '애니깽'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이래 지금까지 출연한 5편의 작품 중 '여고괴담'(98년), '가위'(2000년) 등 2편이 공포물이다. 이 작품을 포함하면 3편. 유독 공포물과 인연이 깊은 이유가 무엇일까. 남보다 담이 큰가? "원래 겁이 많아요. 무서움도 잘 타고 자주 놀라죠. 그런데 의외로 다른 사람처럼 무서운 꿈을 꾸고 가위에 눌리거나 하는 일은 없어요. 그런 경험이 없어서 얼마 전 촬영 때 가위 눌린 연기를 했는데, 너무 힘을 주는 바람에 다른 출연자들이 고생했어요."

말과 달리 공포영화에 등장한 그녀의 이미지는 당차다. 팬들은 그녀의 이름을 들으면 '여고괴담'에서 여학생 지오 역을 맡아 눈 하나 깜빡 않고 귀신과 대면하던 당돌한 모습을 우선 떠올린다. 다른 작품의 배역은 생각나지 않을 만큼 지오의 이미지는 강렬하다. 어찌 보면 그런 점이 다시 공포물을 선택한 그녀에게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 '여고괴담'에서는 학생, 이번 작품에서는 교사로 나와요. 시간이 흐른 만큼 걸맞은 변화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여고괴담'의 이미지가 이번 작품까지 연결될 것이라는 부담은 없어요. 작품에 몰두하다 보니 연기하기도 편하고 촬영이 재미있어요."

여기에는 으스스한 촬영장 분위기도 한몫 한다. "110년 된 전북 전주의 폐교에서 촬영중인데, 찬 기운이 맴도는 게 너무 무서워요. '여고괴담'때에는 서울 중앙여고에서 찍었어요. 그곳도 오래된 학교여서 나무로 된 복도가 삐걱거리고 섬뜩한데, 지금 촬영하는 곳은 훨씬 더 무서워요. 밤에는 이세은 이유리와 함께 몰려 다녀야 할 정도에요."

실제로 무서운 일도 일어났다고 한다. 바로 도서대출카드 사건. 학교 도서관에서 소품으로 빌려온 책에 꽂혀 있던 대출카드에는 공교롭게도 영화 속 시대 배경인 70년대 가을과 비슷한 '74년 11월19일 김인숙'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책을 갖고 다녀야 할 배우 이유리의 극중 이름이 대출 카드와 똑같은 김인숙이라는 점이다. "그것을 보고 모두 오싹 소름이 돋았어요."

하지만 이런 조짐들을 그녀는 영화가 잘 될 것이라는 기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미 일본에는 제작도 끝나기 전에 해피넷이라는 현지 배급사를 통해 300만 달러에 판권이 팔려 감독, 배우, 제작진 모두 고무돼 있다. 해외에 사전판매된 우리 영화로는 사상 최고가다. 일본 뿐만 아니라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관심을 갖는 만큼 김규리로서는 '호러 퀸'의 명성을 새롭게 알릴 수 있는 호기를 맞은 셈이다. 그만큼 이번 작품은 그녀에게 중요한 기회이다. 그만큼 그녀의 어깨도 무겁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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