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의 가자지구 철수안이 2일 실시된 집권 리쿠드당 당원투표에서 거부됐다. 이스라엘 군 라디오는 3일 오전 전체 개표 결과를 전하면서 60% 대 40%로 반대 의견이 승리했다고 보도했다.샤론 총리가 당 안팎의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추진해온 가자지구 철수안은 2005년까지 7,500명에 이르는 가자지구 정착민과 요르단강 서안의 소규모 정착촌 4곳의 주민을 철수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샤론 총리는 투표 결과를 전해 듣고 "안타깝지만 결과를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이를 철수안 포기 의사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나의 능력과 책임에 따라 이스라엘을 이끄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며 총리직 수행의지를 밝혔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대다수 이스라엘인들은 철수안에 찬성했지만 리쿠드당 내에서는
강경파와 온건파 모두 이를 반대해왔다. 이날 가자지구에서 임신한 이스라엘 여성과 네 딸이 차를 타고 가다 팔레스타인 무장대원의 매복 공격으로 사망한 사건도 투표결과에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이번 투표 결과로 샤론 총리가 2001년 3월 취임 후 가장 큰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됐다고 보도했다. 투표결과는 당내에서 샤론의 정치적 영향력이 크게 위축됐다는 것을 보여줬고 이로 인해 그의 당내 입지 약화는 가속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개각과 당내 분열 등 정치적 지각변동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샤론이 패배했다고 단정하기엔 이르다는 전망도 나온다.정치적 술수에 능한 샤론 총리가 결과를 예측하고 철수안 강행을 위한 다음 시나리오를 준비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조기 총선 혹은 국민투표 실시가 샤론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측은 "리쿠드당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며 이스라엘 정부에 즉각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한편 스콧 매클렐런 미 백악관 대변인은 철수안에 대한 미국의 지지는 변함없다며 "(샤론) 총리 및 이스라엘 정부와 앞으로의 움직임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경기자 moonligh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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