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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솔로몬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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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솔로몬의 선택

입력
2004.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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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솔로몬의 선택'을 보면 아이 때나, 어른 때나 세상 사는 건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적 다 그런 경험 한번씩은 해보지 않았는가. 자기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혹은 산타클로스는 정말 있는가 없는가 같은 문제들을 가지고 싸우는 그런 일들 말이다. 알고보면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쉬울 수도 있고, 혹은 누구도 대답 못할 문제들일 수도 있지만 아이들은 자기 말이 옳다며 싸우다가 주먹다짐까지 하곤 한다.이럴 때 싸움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와서 그럴듯하게 대답해주는 것 뿐이다.

'솔로몬의 선택' 역시 마찬가지다. 국가가 한 개인의 선거권을 실수로 빼앗았을 때 배상액을 얼마로 해야 할지, 맨날 싸우기만 하는 부부와 손자를 극진히 사랑하는 외할아버지 중 어느쪽이 양육권을 가져야 하는지 등 별별 종류의 사건들을 재연하고, 참석한 패널들은 자신의 입장과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밝힌다.

패널들이 서로 자신의 의견이 옳다며 투닥투닥 하다가도 초대된 변호사들이 판결을 내리면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 실컷 싸우다가 어른의 말 한마디에 조용해지는 아이들의 모습과 똑같다.

'솔로몬의 선택'의 매력은 그런 '귀여운' 싸움을 지켜보는데 있다. 패널들은 같은 문제에 대해 판이하게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특히 이미 한번 결혼에 실패한 뒤 다시 결혼을 하겠다는 여고생과 부모간의 소송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성별, 혹은 세대간에 극심한 의견차를 보인다.

정답을 알수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남에게 설득시키려 하고, 그러는 사이 그 사람의 가치관이 드러난다. 서로 자신의 생각이 진실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것들 중 정말 절대적인 정답은 아무 것도 없다. 오히려 점점 분명해지는 것은 누구의 의견도 절대적일 수 없고, 법은 그것을 조절하는 도구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패널들은 티격태격 다투다가 아이들처럼 변호사들의 판결을 기다리지만, 실상 변호사들의 판결 역시 '정답'이 아닌 '의견'일 뿐이다. 때론 변호사들도 반반으로 갈려져 의견대립을 보이기도 한다.

'솔로몬의 선택'에서 중요한 것은 법조문에 의거한 명쾌한 판결을 내려주는 것이 아니다.

말싸움을 통해 사람들이 얼마나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또 어떤 논리로 타인을 설득하려 하는지를 드러내고, 이를 통해 나름대로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솔로몬의 선택'에는 연예인들의 수다가 가득하지만, 그들끼리 떠들다 끝나는 수다가 아니다. 내가 실제로 겪고 있고, 생각하는 것들을 대신 떠들어주는 진짜 수다이자 토론이다. 그래서 '솔로몬의 선택'은 재미와 지식을 함께 주는 진정한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세상의 수많은 문제들은 그렇게 법조문을 곧이곧대로 처리할 수만은 없다는 것, 진짜 명 판결은 서로의 이견을 최대한 좁혀 나온다는 것이야말로 바로 법의 정신 아니겠는가. 어떤 상황에서도 나의 생각이 절대적일 수는 없다. 그것을 인정하고 합리적인 답을 찾는 것이야말로 '솔로몬의 지혜' 아닐까.

강명석/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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