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가 '오너 경영'을 할수록 기업 성과도 좋다. 지분 범위를 넘어서 무한책임을 지려는 기업가 정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지금, 공정거래위원회는 재벌을 실험 대상으로 삼지말라."삼성경제연구소가 3일 재벌의 오너체제(황제경영)를 개혁하려는 공정위의 재벌정책을 전례없이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재계에서는 삼성경제연구소가 삼성그룹을 대신해 공정위에 선전포고를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연구소는 이날 '소유권·지배권 괴리도와 기업성과'라는 보고서에서 '주인 있는 기업'의 장점이 '오너경영'의 단점을 능가, 기업의 성과는 더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소가 477개 비금융 기업의 2002년 실적을 분석한 결과, 수익성 지표인 자본수익률(ROE·총자본 대비 당기순이익비율)이 괴리도가 '매우 낮을 때'(괴리도 0.2이하)는 평균 8.11%, '낮을 때'(0.2∼0.4)는 9.89%, '높을 때'(0.4∼0.65%) 11.11%로 나타났다. 상장기업 평균 ROE가 7.7% 인 점을 감안하면, 재벌 계열사 일수록, 그 중에서도 황제경영이 심한 재벌 계열사일수록 기업수익도 더 우수하다는 얘기다. 공정위가 지난해 11개 재벌을 분석한 결과, 평균 괴리도는 0.27로, 삼성이 0.23, LG 0.26, SK 0.29, 현대차 0.27 등이었다.
연구소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총수 지배권이 강하면, 계열사 경영진을 효율적으로 감시할 수 있고 안정된 지배권과 리더십으로 과감한 투자와 장기계획을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구소 강원 수석연구원은 "영미식 시스템의 우월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정위가 재벌을 실험대상으로 삼는 것은 투자위축과 경영마비를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 괴리도
한 기업에 대한 총수의 직접 지분과 계열사 등을 통한 지배권의 차이다. 예를들어 대주주가 A사와 B사에 각각 30%, 10%씩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A사가 다시 B사에 20% 지분을 가지고 있다면, 대주주의 B사에 대한 소유권은 16%(직접 10%+간접 6%)이지만, 지배권은 30%(본인 10%+A사 경유 20%)가 되며, 이경우 괴리도는 14%, 즉 0.14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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