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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포로학대 軍지휘부 묵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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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포로학대 軍지휘부 묵인"

입력
2004.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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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이라크인 수감자 학대 사건이 미 정보당국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개입과 미군 지휘부의 묵인 여부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들과 아랍권 단체들은 미군 당국의 자체 조사에 불신을 나타내며 독립적인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리처드 마이어스 미 합참의장은 2일 ABC 방송에 출연, "이라크인 수감자 학대는 소수 미군에 국한된 것이며 학대가 만연돼 있거나 조직적인 학대가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고문을 사용하도록 허락하지 않았으며 사용하고 있지도 않다"며"극소수가 이라크에 파병된 10여만 육군과 해군, 공군, 해병의 명예를 훼손시킨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해 이번 사건을 일부 미군에 의한 예외적 일탈행위로 보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당시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를 관할한 육군 예비군 800헌병 여단장이었던 카핀스키(여) 준장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학대 사실을 알게 된 뒤 미군 지휘부에 보고했다"며 "이런 일은 예정된 것이었지만 군 지휘부는 교도소 관리를 위해 병력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내 호소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말해 상부의 책임론을 폈다.

카핀스키 준장은 특히 "문제의 독방은 군 정보당국의 엄격한 관리 아래 있었고 중앙정보국(CIA) 요원들도 수감자 신문에 참여했다"며 "지휘부는 모든 책임을 학대에 가담한 병사들에게 지우고 사건이 무마되기를 바라겠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미 육군 내부 조사문서는 핵심 군 정보장교들이 포로 학대를 충동질했으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나 미 국방부가 당초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지휘체계에 실책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군 당국의 이라크인 가학행위 조사보고서 내용을 보도한 뉴요커지의 세이모어 허쉬 기자도 2일 CNN에 출연, "미군 수뇌부가 몇 달 전부터 포로 학대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포로들을 수월하게 신문하기 위해 군 수뇌부와 정보요원들이 가혹행위를 은근히 유도했다"고 폭로했다.

수감자 학대가 예외적인 현상이라는 미측의 주장에도 반론이 제기됐다. 이라크의 수니파를 대변하는 이슬람학자협회는 "학대는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다른 수용소에서도 발생하고 있다"며 국제 인권단체들의 중립적·독립적 조사와 위반행위에 대한 전쟁 범죄 적용을 촉구했다.

국제엠네스티(AI)도 "이미 1년 동안 미군과 영국군에 의한 수십 건의 고문 사례를 파악해왔다"며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적인 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후세인 고문이 차라리 나았다" /이라크인 가혹행위 증언

"성고문을 받느니 차라리 후세인식 고문이 낫다."

사담 후세인 시절과 미 군정 하에서 모두 투옥을 경험한 이라크인이 미군의 모욕적인 학대 행위에 몸서리를 치며 한 말이다.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과격 시아파 무장조직 '알 메흐디군' 소속 민병대원인 드히아 알 슈웨이리(30)는 2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후세인 시절 2차례 투옥돼 전기고문과 구타 등 모진 고문을 받았지만 미군의 모욕은 그보다 더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알 슈웨이리는 최근 보도된 이라크인 학대 사진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면서 자신도 지난해 10월 미군에 체포돼 15분 동안 발가벗겨진 일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당시 자신을 포함해 7명의 수감자들이 벽에 손을 대기 위해 미군들이 보는 앞에서 알몸인 상태로 허리를 구부릴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마를 가리키면서 "여기에 총을 쏠 수는 있어도 이런 식으로 할 수는 없다"며 미군의 학대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후세인 시절 탄압을 받았던 그는 "후세인을 너무 증오해 처음 미군이 진주했을 때 기뻤으나 곧 그들이 점령군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미군에 의해 체포된 이후로는 증오의 대상이 후세인에서 미군으로 바뀌었으며 그래서 민병대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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