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헤헤헤, 얼굴도 못생긴 것들이 잘난체 하기는." 정작 자신의 곱지 않은 외모와 상관없이 TV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남의 용모를 헐뜯는 유행어로 인기를 끈 '옥동자' 정종철(27)이 DVD 마니아로 거듭났다. TV에 나오는 바보스런 연기 때문에 그를 얕보다가는 큰 코 다친다. 그의 DVD 실력은 예사롭지 않다. 2년 남짓 동안 모은 DVD 영화 타이틀이 200편을 훌쩍 넘어섰다. 원체 영화를 좋아하는데다, 기기 만지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DVD 타이틀과 관련 기기가 집 안에 쌓여갔다.
그의 집에는 영화를 100인치로 보여주는 프로젝터와 DVD 플레이어, 사방에서 소리를 뿜어내는 5.1채널 구현을 위해 장만한 6개의 스피커와 앰프가 설치돼 있다. 프로젝터는 마니아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액정(LCD) 프로젝터인 파나소닉의 'AE-500'. 제품 이름만으로 마니아들은 그의 내공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DVD 플레이어는 유명한 외제를 마다하고 삼성 것을 골랐다. "화질이 섬세한 프로그레시브 스캔 방식을 지원하고, 가격대 성능비가 훌륭하기 때문에 선택했어요."
그는 방송 녹화와 연습이 끝나고 늦은 밤 귀가하면, 새벽 2시부터 벽면 가득 펼쳐지는 100인치 프로젝터 영상 속에 빠져든다.
그가 온종일 쌓인 피로를 영화 속에 묻어버리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이때는 옆에서 누가 말을 걸어도 모를 만큼 몰두한다. 영화 감상이 끝나면 하루를 정리하고 새벽 5시에 잠이 든다. 눈을 뜨면 오전 11시. 그의 하루는 그때부터 시작이다.
"가장 좋아하는 DVD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죠. 톰 행크스가 제작한 TV시리즈용 전쟁물인데, 호쾌한 액션과 더불어 병사들의 진한 전우애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해줍니다. 또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도 자주 봐요. 나치의 박해를 피해 숨어 사는 유태인 주인공의 모습에 가슴 졸이곤 합니다. 공포영화만 안 봐요. 꿈자리가 사납거든요." 우락부락한 외모와 달리 의외로 여린 구석이 있다.
DVD 못지않게 빠져든 취미는 사진. DVD나 사진 모두 영상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2년 전 동생이 일본 유학가면서 건네준 카메라를 만지면서 사진을 시작했어요." 관련 서적과 황영철 김중만 사진작가에게 배운 사진 실력 역시 남다르다.
그의 개인 홈페이지(www.okdongzaya.com)에는 전문가들도 감탄한 작품이 실려 있다. "전문가용 카메라인 EOS-10D와 EOS-1N 2대를 항상 갖고 다니면서 수시로 촬영해요. 박준형 김기수 등 개그맨을 찍은 인물 사진이 많죠.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사진 전시회를 열고 싶어요."
지난달에는 박준형과 함께 서울 대학로에 극장을 개관했다. 이름은 '갈갈이홀'. 개그전용극장이다. "후배도 양성하고, 떠오른 아이디어가 방송에 적합할지 관객들 앞에서 시험해 보려고 차렸어요." 녹화가 있는 화, 수요일을 빼고 매일 저녁 공연을 한다. 강행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것은 일을 사랑하기 때문. 더불어 이곳에도 언제나 대형 화면으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프로젝터와 DVD 플레이어가 설치돼 있어 행복하다.
/최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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