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KT&G(구 담배인삼공사)가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 여부를 밝혀 줄 국내 연구문서가 법원에 의해 처음 공개된다. 이에 따라 1999년 소송 제기 이후 5년을 끌어 온 담배소송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흡연 피해자와 가족들이 국가와 KT&G를 상대로 낸 첫 흡연피해 집단소송을 재판 중인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2부(조관행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KT&G측에 "담배연구문서 464건을 제출하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 법원이 담배연구문서 제출 명령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가 제출을 결정한 문서에는 흡연과 폐암의 상관관계 연구문서 니코틴 타르 등 담배 유해물질 연구문서 담배의 중독성(의존성) 연구문서 연구결과물 보고 및 의사결정·집행에 관한 문서 등 1958∼2000년 담배 관련 주요문서가 총 망라돼 있다. 재판부는 그러나 464건 가운데 신제품 개발 연구문서 필터 제조방법 연구문서 등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문서 25건에 대해서는 일부만 제출토록 했으며 이 사건과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한 197건은 제출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재판부는 앞서 지난달 19∼21일 사흘간 대전 유성구 KT&G 중앙연구원에서 제출대상 문서를 확정하기 위한 현장 검증을 벌였다.
원고측 배금자 변호사는 "담배연구문서 공개를 통해 담배 표지에 폐암경고문을 표시하기 시작한 89년 훨씬 이전부터 국가와 KT&G측이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알았으면서도 이를 은폐해 온 사실이 입증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재판부는 또 지난달 12일 원고들 가운데 폐암과 후두암 등에 걸린 환자 6명에 대한 감정을 전문 의료진에 의뢰했다. 호흡기 내과, 정신과 약물중독, 법 의학 등 5개 분야 전문의 5명으로 구성된 서울대병원 의료진은 이들 6명에 대한 진료기록 등을 감정하고 소송 기간 중에 숨진 3명을 제외한 나머지 3명에 대해서는 신체 감정까지 하게 된다. 재판부는 전문 의료진의 감정 결과를 종합해 원고측 주장의 타당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릴 방침이다.
수십년간 담배를 피워오다 폐암과 후두암 등에 걸린 김모(61)씨를 비롯한 환자 6명과 가족 등 31명은 99년 12월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알고도 이를 숨겨왔다"며 국가와 KT&G를 상대로 총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집단으로 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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