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의식만 가지고는 독서를 제대로 할 수 없다. 곧잘 물음을 위한 물음이 되어 공허하게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름대로 답하며 책을 읽는 자세를 갖는 것이 또한 필요하다. 이때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3가지 주문식 독서법'이다.3가지 주문식 독서법이란 마치 주문(呪文)처럼 덧붙여 읽으면 좋기에 붙여 본 이름. '왜냐하면∼'과 '다시 말해∼', '예를 들어∼'가 바로 그 주문 내용들인데, 문장에서 문장으로 넘어갈 때 의도적으로 덧붙여 답하려다 보면 글을 알차게 읽을 수 있다.
먼저 '왜냐하면∼' 주문 활용법을 알아 보자. '국산품을 애용해야 한다'는 문장이라면 그 뒤에 '왜냐하면∼'이라는 말을 덧붙여 답하며 읽는다. 언뜻 쉬워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 것이니까' 식의 답이 나오기 일쑤다. 이는 단지 오늘날이 세계화 시대요 자유무역 지향 시대라 그런 것은 아니다. 국산품을 애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문장으로 시도해도 마찬가지니까!
당장 답을 내기는 어렵지만 늘 '왜냐하면'을 넣어서 답하려다 보면 나름의 관점에서 읽는 자세와 능력을 기를 수 있다. 물론 '왜냐하면'의 짝인 '그러므로/따라서'를 넣어서 읽는 것도 좋다.
'다시 말해서' 활용법도 마찬가지다.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기 전에 '다시 말해서'를 주문처럼 덧붙이며 읽으면 된다. 언뜻 '왜냐하면'에 비해 쉬울 것 같은데 결코 그렇지 않다. 동어 반복에 그치지 않고 다른 차원이나 분야, 기준, 관점 등에서 새롭게 접근해야 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함축적인 표현이라면 더 어렵다. 이를테면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 문장 다음에 '다시 말해서'로 시작하는 답을 문장으로 만들어 보라. 고 3 정도쯤 되어도 쉽게 답하기를 기대하기 힘들다.
'예를 들어' 활용도 마찬가지다. 무엇인가 그 내용을 확실히 안다면 그에 걸맞은 풍부한 사례를 들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기존의 잘 알려진 경우를 기억해내는 것만이 아니라 관련 범위와 사례들을 새롭게 발견해 내는 것을 뜻한다.
이쯤 되면 3가지 주문의 정체를 눈치챘으리라. 즉 '왜냐하면'과 '다시 말해', '예를 들어'는 제각각 논증, 상술, 예시의 내용을 이끌며 글을 구체화하는 3가지 대표적 방법들이다. 이는 주제의 논리적 설득력, 내용적 확장성, 관련 범위 제시와 실제 사례 제시 등과 직결되기도 한다.
끝으로 주의할 점. 3가지 주문들을 활용하며 답해 보는 독서법은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또한 효과가 있다고 섣불리 강요하면 오히려 책 읽기가 지겹고 골치 아플 수도 있다. 그러니 재미있고 부담 없이 시도하여 그 자체를 즐기고 자연스럽게 효과를 경험해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3가지 주문 독서법 연습. 다음에 각각 '왜냐하면∼, 다시 말해서∼, 예를 들어∼'를 덧붙이며 나름대로 답해 보자. 과학의 달이 지나갔어도 과학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찬반이 엇갈리는 추천 도서들이 적지 않다. 읽기는 쓰기다.
3가지 주문 독서법을 연습할 수 있는 책으로는 함께 사는 세상 만들기:고등학생을 위한 국제이해교육(유네스코 엮음, 일조각) 땅콩 선생, 드디어 인권교육하다(전국사회교사모임 인권교육분과 지음, 우리교육) 팔레스타인(조 사코 지음, 글논그림밭) 등이 있다.
/허병두 책따세 대표·숭문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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