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동남아를 비롯해 전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최근 중국에서 다시 발호할 조짐을 보여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언비어에 가까운 각종 예방법이 난립하고 있지만 딱히 확인된 바는 없다. 현재까지 확인된 예방법이 있다면 '손 씻기'가 고작이다.손을 깨끗이 씻는 것만으로 감기나, 사스, 콜레라, 세균성 이질, 식중독, 유행성 눈병 등 대부분의 전염병 및 식중독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지난해 사스가 맹위를 떨치자 국립보건원이 전국민을 대상으로 '손씻기 캠페인'을 펼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손은 인체에서 미생물이 가장 많이 득실대는 '병균 창고'이며 질병의 온상"이라며 "손의 청결이 감염 질환 예방에 아주 중요하다"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수억원의 멸균 및 소독 장비를 들여놓지 않더라도 의료진이 손만 제대로 씻으면 병원 감염을 40∼50% 줄인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또한 감기 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 전파되는 것보다 손을 통해 주로 전파된다는 보고도 있다.
어떻게 예방하나
바이러스는 공기나 접촉 등을 통해 전염되는 경우가 많다. 사스 바이러스의 경우 침 방울을 통해 전염되는 것은 분명하며 공기를 통해서 전염되는 지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우선 침 방울에 바이러스가 있는 경우 1∼2m 거리까지 튈 수 있지만 곧바로 코나 입으로 가는 경우는 드물다. 옷이나 몸에 묻었다가 손으로 무심코 이것을 만진 뒤 다시 입이나 코를 만져 감염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만약 공기를 통해서 전염된다면 침방울이 증발하고 난 뒤 안에 있는 바이러스와 뒤엉킨 먼지 입자가 공기 흐름을 따라 이동하게 된다. 이 때에는 마스크를 끼어야 예방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에도 대부분은 몸이나 옷에 묻어 있다가 손을 통해 호흡기로 감염된다.
침방울이나 공기를 통해 전염되는 경우 방진 마스크를 쓰면 확실히 예방이 되지만 환자와 그 가족, 의료진, 환자와 접촉하기 쉬운 사람, 공항 직원 등이 아니라면 굳이 이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
변을 통해 전염되는 경우에도 손 씻기의 중요성은 마찬가지다. 문제는 손을 제대로 씻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 손은 외출에서 돌아온 뒤, 식사 또는 조리 전, 화장실에서 나올 때 반드시 씻어야 한다. 자주 씻을수록 좋으며 특히 노인이나 만성질환자는 수시로 씻도록 한다. 아이들에게도 적어도 귀가 후, 식사 전, 화장실을 다녀올 때 반드시 손을 씻도록 가르쳐야 한다.
어떻게 씻을까
손은 비누로 거품을 충분히 낸 다음 흐르는 물에 구석구석 씻어야 한다. 손깍지를 끼고 손가락 사이를 문질러야 하고 손가락으로 손바닥의 손금을 긁어주도록 한다. 손가락은 손바닥으로 감싸서 따로 씻어야 하며 특히 엄지를 깨끗이 씻는다. 손바닥 뿐만 아니라 손등도 씻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양손의 손톱을 맞닿게 해서 비벼주도록 한다.
의료진은 반지를 끼지 않는데 이는 반지와 손가락의 틈새에 세균이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은 손을 씻을 때 반지 쪽도 씻도록 한다.
손을 씻은 뒤에는 가급적 면 수건보다는 종이 타월로 닦는 것이 낫다. 요즘 수도꼭지에 손을 대지 않는 자동 수도나 발로 페달을 밟으면 물이 나오는 수도를 사용하는 곳이 있는데 이는 모두 위생을 위해서다. 손을 씻고 수도꼭지를 잠그다 수도꼭지에 묻은 병균이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손으로 얼굴을 만지는 습관이 있는 사람은 이 같은 버릇을 고쳐야 한다. 아이들이 침을 묻혀 책장을 넘기는 버릇도 없애도록 한다.
손을 씻어야 하는데 물만 있고 비누가 없다면 손에 흙을 문지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손이 더럽다는 생각 때문에 비누로 손을 씻게 될 때까지 손을 입에 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도움말=연세대 의대 감염내과 김준명 교수, 서울아산병원 감염관리실 서미례 과장>도움말=연세대>
● 감염예방을 위한 10가지 생활규칙
1. 손씻기를 생활화한다. 최소한 조리하기 전, 음식을 먹기 전, 화장실을 다녀온 뒤에는 반드시 손을 씻는다.
2. 항생제가 필요하지 않는 경우라면 담당의사에게 항생제 처방을 요구하지 않는다. 항생제는 바이러스질환에는 효과가 없다.
3. 처방된 항생제는 정확한 용법에 따라 복용한다.
4. 자녀를 포함한 가족 내 예방접종을 준수한다.
5. 구토, 발열, 설사 등의 감염증상이 있는 아이는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
6. 안전한 성생활을 한다.
7. 정맥용 마약을 사용하지 않는다.
8. 면도날, 칫솔, 빗 등과 개인용품을 공동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9. 부엌은 항상 청결을 유지하고 특히 육류, 닭, 어류 등을 조리할 때 부엌표면을 소독한다.
10. 음식을 장기간 보관할 때 뜨거운 음식은 뜨겁게, 찬 음식은 차게 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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