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승인한 이라크 재건자금 중 실제 집행된 규모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 미국 정부의 전후 복구에 대한 의지가 후퇴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워싱턴 포스트는 최근 의회가 지난해 10월 승인한 이라크 재건비용 184억 달러 중 지금까지 집행된 액수는 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3억 달러는 행정 및 보안 비용으로 용도가 전환돼 사용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라크의 치안악화에 따른 보안비용이 급증한 데 기인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이라크 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것이어서 미국 정부의 신뢰성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이라크 내 연합군임시행정처(CPA)는 지난달 재건자금 중 23억 달러만이 각종 사업에 배정됐으며 실제 지출된 것은 10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의회에 보고했다. 1월 올 상반기 내 80억 달러를 지출하겠다고 한 약속과는 거리가 먼 수치다.
구체적으로 상수도 사업에 배정된 1억 8,400만 달러가 6월 30일 이후 이라크에서 미국 정부를 대표할 미국 대사관 운영경비로 바뀌었고, '민주화 재건' 명목으로 책정된 2,900만 달러는 행정비용으로 대체됐다.
관개사업비 2억 7,900만 달러, 댐 보수 및 건설비 1억 5,200만 달러는 한 푼도 집행되지 않았다. 2억 4,000만 달러가 배정된 도로 및 다리 건설비용에는 2,000만 달러만이 쓰였다. 시설보호, 국경경비 강화 등에 사용하려던 9,300만 달러는 바그다드 내 요새화한 경찰훈련시설 건설비용으로 재배정됐다.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은 "올해 이라크 대사관 운영경비로 4,000만∼6,000만 달러가 부족하다"고 말해 이 같은 재건자금 용도전환 사례는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했다. CPA는 전체 재건자금의 10%는 용도를 바꿔 쓸 수 있고, 1%는 운영비로 사용할 수 있다는 규정을 내세우고 있으나 의회는 "이라크 국민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물과 보건에 들어가는 비용을 삭감한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설명될 수 없다"고 비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애초에 재건자금을 관리하고 집행할 주체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라며 미국 국제개발처(USAID)등이 권한을 행사토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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